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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37

   
최은진의 BOOK소리 37
노자와 장자, 세상을 향해 외치다!
술은 익어가고 도는 깊어지고
◎ 저자 : 장후예위 / 출판사 : 영림카디널 / 정가 :17,000원


조용히 앉아있는 기쁨, 책 읽는 기쁨, 꽃을 보는 기쁨, 달과 노니는 기쁨, 그림을 감상하는 기쁨, 새소리를 듣는 기쁨, 음악을 즐기는 기쁨, 편안히 잠자는 기쁨….

옛 사람들은 삶에는 이렇게 여덟 가지 기쁨이 있다고 했다. 너무 추상적이고 상대적이고 명확히 짚어낼 수는 없는 삶의 행복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쉽고도 멋지게 표현하고 실천했다니 옛날 사람들 참 똑똑하다. 사고(四苦)도 모자라서 팔고(八苦)로 고달픈 삶은 오래전부터 이렇게 여덟 개의 소소한 기쁨으로 이겨냈다.

저자는 도가의 노장사상은 잠시 고통을 잊게 해주는 마취제나 진통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병의 근원에 접근하는 근본적인 치료방법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주는 상상초월의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 마약같은 걸로 위안받으려는 사람들에게 결국 남는 것은 더 큰 고통과 공허뿐이라는 것이다. 도가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온화함과 겸손함, 인내심과 관용, 지혜화 포용, 침착함과 초탈의 품격을 기를 수있게 해준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한 마디로 노자와 장자는 속세를 외면하고 도만 닦은 은둔형 철학자가 아니었다. 노장사상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법도 하다. 세상과 떨어져 혼자 고고하게 살라고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추구한 삶은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 속에서 물 흐르듯 원만하게 살면서 세상과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깊고 넓은 시선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아 물론, 도가는 종교가 아니다.

여기 나오는 도가의 인물 중에는 꼿꼿이 앉아서 책만 보는 샌님은 없다. 술을 마시며 음악을 즐기거나 바둑을 두고 시를 읊고 그림이나 서예도 단골메뉴였다. 즉 그들은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술은 도가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메뉴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더운 여름 밤 좋은 사람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소소한 삶의 여덟가지 행복에 대하여 담소를 나누며 한없이 게을러지고 싶어진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도가의 무위와 무욕, 소요유(逍遙遊)를 접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거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