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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39

   
달콤한 사탕냄새가 묻어나오는 이야기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저자 : 폴 빌리어드/ 출판사 : 문예출판사 / 정가 : 11,000원


지나간 날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했던가. 태어나면서부터 어른이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이 있었고, 나름의 성장통과 수많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들 속에서 사랑과 이해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이해의 선물>의 작가 폴 빌리어드가 들려주는 21개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 관한 추억이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자리잡은 폴 빌리어드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과 이웃들이 있었다.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였던 그가 세상을 배워나간 삶의 방식들이 21개의 에피소드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첫 기차 여행의 설레임과 짝사랑한 선생님에 대한 아픔, 감자를 굽다가 산불낸 후의 두려움, 낚시 중 극적 구조 등 다양한 모습의 추억들이 펼쳐지는데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어른이 된 후에나 고백할 수 있는 부끄러운 이야기와 철없는 행동에 대한 후회도 있지만 그것 또한 모두 삶을 배우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문화와 생활방식은 다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채워준다.

네 살짜리 아이였던 폴은 사탕이 먹고 싶어 위그든씨의 사탕가게에 가게 되고 사탕값으로 내민 건 그동안 소중하게 간직해 온 버찌씨 여섯 개. 모자라느냐고 묻는 폴에게 미소 띤 얼굴로 위그든 씨는 오히려 남는다며 재치있는 답변과 함께 사탕과 거스름돈 2센트를 준다. 위그든 씨가 준 것은 단순히 사탕과 2센트가 아닌, 폴의 순수함을 지켜줄 이해과 배려였다. 어른이 된 후 열대어 가게를 하게 된 폴. 어느 날 “모자라나요?”라고 묻는 물고기를 사러 온 어린 남매에게 그 추억을 그대로 되돌려주게 되고, 돌아서서 젖은 눈을 훔치는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소중한 추억은 어른이 된 폴이 달콤한 박하사탕 향기를 떠올리며 행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현재를 버티는 막강한 힘이 되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