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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72

최은진의 BOOK소리 72

지구별에서만 우리는 외계인이 아닐 뿐!

옆집의 영희씨

저자 : 정소연 / 출판사 : 창비 / 정가 : 10,000

 

      

 

SF소설이 이토록 서정적일 수 있다니. 평범한 일상 속을 파고드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마치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독자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복잡한 구성과 과학적 상상력이 아닌, 소박한 생활 속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15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SF소설집으로 우리 시대 소수자와 타자성과 편견에 관해 우리와 전혀 다르고 이질적인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부각시켜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 문제, 동성애자, 장애, 다문화가정, 병역거부, 난민 등의 문제를 외계인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결부시켜 풀어나간다.

 

  <옆집의 영희씨>는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 “그런 게옆집에 살아서 집값이 싸다는 이유로 지하방을 벗어나 오피스텔로 이사하게 된 수정. 여기서 그런 거란 외계인. 예전엔 초등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했던(요즘은 촌스러워 절대 안 나온다) 이영희라는 친근한 이름이 있지만, “그런 거로 불리는 영희씨.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지구에 살게 되었으나 사람들에겐 여전히 이물스런 존재, 그야말로 외계인 취급받는 영희씨와 우연히 차를 된 수정. 영희씨는 사람들 생각처럼 이상하지도, 바이러스를 옮기지도 않았다. 그저 두꺼비처럼 독특한 생김새를 가진 알고보면 우리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력을 과시하는 다이나믹한 기승전결의 SF소설과 다르다. 최첨단 우주선이나 로봇은 나오지 않지만 어쩐지 우리와 조금은 닮은 듯한 모습의 등장인물들의 소박한 일상은 SF라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우리는 어떤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우주에서 지구의 일상을 경험하러 온 그들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면 어떨까? 아득한 어둠 속 우주 저편에 무수히 많은 내가 있고 여기와는 또다른 삶을 살고 있을 나를 생각하면 이 삶의 무게가 조금 덜어질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