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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73

 

 

최은진의 BOOK소리 73

 

우리가 쓰고 있는 이라는 책에 관하여

 

책이 되어버린 남자

 

저자 :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 출판사 : 비채 / 정가 : 9,800

 

 

책을 사랑하고 증오하다 책에 미쳐서 마침내 책이 되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우리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한국인들의 독서량이 형편없이 낮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게 밥벌이에 바쁜 당신이 책을 외면하고 살고 있을 때도 은 어딘가에서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책에 대한 단상들, 책벌레와 책도둑 이야기, 독서에 관한 명언 등 그야말로 책에 관한, 책에 의한, 책의 판타지를 모두 충족시켜준다. 독일의 지성이라 불리는 알폰스 슈바이거르트는 책에 미친 사람들과 책을 증오하는 사람들, 그리고 바로 당신을 위해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이 하는 독백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롭다. 또 가독력이 좋아 술술 읽힌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착하던 주인공 비블리는 헌책방에서 그 책을 훔치게 되고 그때부터 일어나기 시작하는 이해할 수 없는 변화들. 지독한 사랑과 증오의 그 책을 위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팔아버리고 마침내 자신이 그 책이 된다. 책에 대한 욕망만 있고 애정은 없는 사람들. 책을 함부로 하거나, 대충 읽고, 찢고 내던지고, 생각없이 비판하여 그 책의 영혼을 죽여 버리고 마는 사람들은 앞으로 조심해야 할 듯하다. 그들에 대한 책이 된 남자의 분노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니까.

 

그 책은 지금 어딘가, 누군가의 손에, 아니 또 다시 누군가 그 책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 모두는 한 권의 책이라 할 수 있으므로. 에필로그에서 저자의 말처럼 우린 한 권의 책 같은 궤적을 남기고 사라질테니까. ‘그 책에서 튕겨져 나와 죽고 책만 덩그러니 남겨놓은 주인공처럼. “책이란 존재가 곧 세상, 마침내 마지막 장에 다다르면, 채워졌던 분량은 다하고 아직 손길이 채 떠나지 않은 겉표지에서 책은 끝이 나고, 삶이 끝나듯이 축복에서 멀어지고 저주에서 멀어지고 책장을 다시 앞으로 펼쳐 나가면 책은 다시 시작되네.” 그렇다면 오늘, 당신이 쓰고 있는 이라는 책은 어느 페이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채워나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