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75
아름다운 그림이 감추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들
무서운 그림 – 아름다움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 저자 : 나카노 교쿄 / 출판사 : 베프북스 / 정가 : 14,000원
한 마리 백조를 연상케하는 발레리나의 우아한 모습이 담긴 드가의 「무대 위의 무용수」가 왜 무서운 그림이라는 걸까? 교양과, 감성과 지식이 총망라된 듯한 이 책은 고전주의에서 인상주의까지의 그림을 보여준다.
16세기에서 20세기 명화에서 공포를 더듬어 보려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림에서 그림자를 추적하는 사람이라는, 나카노 교코의 그림 해설이 흥미롭다. 여기서 소개하는 그림들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화가의 명작들인데 그 한 점 한 점이 모두 평범치 않다. 대놓고 ‘나 무섭지’ 하는 그림에서부터 신랄하게 들려주는 그림의 뒷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면 섬뜩해지는 그림에 이르기까지.
그림의 내용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시대 상황이 함께 어우러져 암울하고 슬프기까지 한 그림들. 저자는 그림 속에 담긴 의미를 적나라하게 꺼내서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관객을 전율하게 할 목적으로 그린 진짜로 무서운 그림, 예를 들어 고야의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같은 작품도 다루고 있지만,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공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여겨졌던 그림이 실은 생각지도 못했던 무서움을 숨기고 있다는 놀라움과 지적인 흥분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역시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그림 뒤에 감춰 둔 무서운 진실은 사람의 추함과 욕심, 집착이 빚어낸 공포였으니.
역자인 이연식은 이 책의 제목인 강렬한 ‘무서운’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 내린다. ‘저자가 무서움이라는 소박한 의미 속에 뭉뚱그린 것은 미술이 담아 온 질기고 절실한, 그렇기에 보는 이를 전율하게 하는 감정이다.’라고. 자, 그러니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히는 이 여름, 복잡한 해변과 계곡을 찾아 막히는 도로 위 자동차 안에서 대부분의 피서를 에어컨 냉기로 보낼,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권해본다. 공포영화에서처럼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감은 아니라도 곱씹어볼수록 ‘무서운’ 그림을 보며 소름 돋는 전율을 느껴보는 건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