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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76

최은진의 BOOK소리 76

웃음보다 눈물이 약이 되는 세상

언제나 웃게 해 주는 약

저자 : 정수민 / 출판사 : 문학과 지성사 / 정가 : 10,000

 

 

웃음과 울음 중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날카로운 상상력을 동원해 웃음과 눈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신선한 발상과 발랄한 문체의 신인작가 정수민의 단편동화집. 11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인 <언제나 웃게 해주는 약>을 포함해 마이너스 친구, 수호요정, 바람의 여신, 안 웃기는 농담, 미다스의 비듬, 야행성 아이, 낙서와의 전쟁 등 제각기 다른 여덟 아이들의 고민과 성장통을 담았다. 힘들고 혼란스러운 성장의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이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상상력과 자가치유의 힘이다. 어른인 우리에게도 어쩌면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필요할 때마다 한 알만 삼키면 우리를 웃게 해주는 마법같은 약. <어린이발명왕>이라는 TV에 나온 기상천외한 이 발명품은 주인공 재영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약을 누군들 원하지 않을까? 그런데, 뻔한 우리의 상상력을 뭉개며 작가는 약의 부작용인 눈물을 주연 자리에 앉힌다. 언제나 웃게 해준다는 말에 약을 구입한 친구 민재는 잘못된 복용법으로 집안을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린다. 여기서 기막힌 반전은 의도치 않았던 이 약의 부작용에 사람들은 열광하게 된다는 것. 눈물을 멈추게 할 유일한 방법이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었기 때문이다. 약의 인기는 치솟아 추가로 만들게 되고, 놀라운 사실은 사람들이 일부러 부작용이 일어나게 이 약을 복용한다는 것.

 

동화가 보여주는 힘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어른이 되어버리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 우리에겐 지금 언제나 웃게 해주는 약도 좋지만, 지친 마음 내려놓고 울게 하고, 그 눈물 닦아 줄 누군가를 옆에 데려다 줄 약이 필요하다. 어린이만 울고 싶은 건 아니다. 어른도 가끔은 눈치 안보고 울고 싶고 위로도 필요하다. 눈물 쏙 빠지게 울게 해주는 약 어디 정말 없을까? 눈물과 함께 고민과 상처 모두 쏟아버리고 마음껏 웃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