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최은진의 BOOK소리 77

최은진의 BOOK소리 77

 

 

술과 안주, 그리고 친구가 있는 밤으로의 초대

나가에의 심야상담소

저자 : 이시모치 아사미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 정가 : 12,000

 

일에 지친 직장인들이 목빠지게 기다리는 일명 불금을 질투가 날 정도로 근사한 시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고단했던 한 주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면 도심의 작은 원룸에 따뜻한 불이 켜지고 그들만의 작은 파티가 시작된다.

 

일본추리작가협회에서 주목하는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신작으로, 기존의 미스터리작에서 볼 수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아닌, 일상적인 소재를 편안한 술자리에서 추리하고 분석해서 해결 한다는 점이 일단 흥미롭다. 미스터리 소설의 단골소재인 살인, 납치 같은 자극적인 소재도 없고, 심장이 쫄깃해지게 밀어붙이는 전개도 없다.

 

나가에, 구마이, 나쓰미라는 세 친구가 마음이 통할 때마다 가지는 술 모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일곱 개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술자리에는 매번 새로운 초대 손님이 등장하고 그들이 털어놓은 크고 작은 고민들. 소소한 일상의 고민들과 이해할 수 없었던 상대방의 행동에 담긴 속마음을 집주인 나가에는 날카로운 추리와 치밀한 논리력을 바탕으로 알려준다. 실타래가 풀리듯 지난 모든 것이 선명하고 분명하게 다가오게 되고 뒤늦게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의 진심에 그들은 감정이 북받쳐 오르게 된다. 그런 그들에게 따뜻하고 세련된 세 친구의 위로는 덤.

 

불금에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먹고 마시는 것 아닌가. “악마 같은 두뇌를 가진집주인 나가에가 직접 요리하여 내놓는 소박한 술과 안주는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알고 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음식이지만 읽는 내내 입안에 침이 고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알맞게 데워진 방으로 초대받은 듯 몸과 마음이 녹고 기분 좋은 나른함이 찾아온다.

 

나가에의 아늑한 원룸에 초대된 그들이 부러워지고 문득 가까운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그리워진다. 편한 복장으로 슬리퍼를 끌고 가서 가볍게 한잔하며 고민도 함께 들어줄 <나가에의 심야상담소>같은 술집이 있다면 아주 성황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