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78

여러분, 잘 죽을 준비 됐나요?

죽음연습

◎ 저자 : 이경신 / 출판사 : 동녘 / 정가 : 16,500원

아무도 경험해 본 사람이 없기에 상상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죽음’.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철학을 시작했다는 저자는 깊이에 넓이까지 총망라하여 “죽음연습”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의 철학에세이를 펴냈다. 잘 늙고 잘 죽는 것을 넘어 잘 사는 것에 대한 사색을 많은 이들과 나누려고 했다. 아무도 경험해 본 적 없지만, 누구나 한번은 경험하게 될 그 문턱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는 우리들. <죽음연습>을 통해 그 두려움과 공포를 들여다보고, 사는 동안 잘 죽어가는 법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1부 ‘나이 듦의 지혜를 찾아’를 시작으로 2부 ‘죽음은 삶의 끝인가, 시작인가?’, 3부 ‘너도 죽고 나도 죽으리’, 그리고 4부 ‘그(녀)들의 죽음’으로 끝맺으며 죽음에 대한 총망라적이고 전방위적인 지식을 펼쳐보인다. 개인적인 상실이나 부재로써의 죽음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죽음을 목도한 철학서이기도 하다. 제도와 관습의 살인,

위험한 세상의 희생양이 된 죽음, 전쟁이 낳은 집단죽음 등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기도 한다. 책장을 덮고나면 위로가 되는 확실한 한가지는 늙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근사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죽음이 가까우면 삶이 즐겁단다. 늙음의 다양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노인의 삶이 청년의 삶보다 불행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지금도 서서히 늙고 있는 우리, 행복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자주 보아도 죽음은 우리에게 익숙해지지 않는 법. 하지만, 언젠가 죽어야 하고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죽음을 준비하고 연습해야 하는 이유란다. 죽은 자를 눈앞에 두고 살아남았음에 안도하고 기뻐하는 인간의 본능과 삶에 대한 의지를 생생히 엿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묵직한 울림은 인간의 근원을 파헤치는 철학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은 나의 유한함을 입증하여 나를 끝장내 버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 삶에 대한 평가로서 영원히 남게 되기도 한다. 기억하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죽어가고 있다는 걸. 그러니 죽을 준비는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