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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79

최은진의 BOOK소리 79

끄덕끄덕, 삶을 낙관하게 되는 책

뭐라도 되겠지

저자 : 김중혁 / 출판사 : 마음산책 / 정가 : 13,800

 

 

 

삶을 낭비해도 괜찮다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아니 있기나 할까? 시간을 낭비하는 건 삶을 낭비하는 것이라 배웠고,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불안하지 않는 우리들 아닌가. 그런데 시간을, 삶을 낭비해도 된다니? 그것도 유명한 작가가 거침없이 말해주니 왠지 안도감을 느낀다. 남들은 모두 뭔가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나만 갈팡질팡 인생을 허비하고 있지 않나 하는 불안을 느껴 본 적 다들 있지 않을까? 빈둥거리는 건 아주 나쁜 것이라고 철저한 교육을 받아 온 우리들. 성실하지 않은 사람,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은 지탄받아 마땅한 사회에서 시간을, 삶을 낭비해도 괜찮다는 말처럼 위안이 되는 말이 또 있을까.

 

농담으로 가득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책. 술렁술렁 페이지가 넘어가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잠시 멈추게 되는 책. 글과 글 사이에 재미난 카툰이 들어 있어서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책. 다 읽고 나면 인생이 즐거워지는 책. 긍정이 온몸에 녹아들어서 아무리 괴로운 일이 닥쳐도 어쩔 수 없이,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도 되겠지’, 끄덕끄덕, 삶을 낙관하게 되는 책을 꿈꿨다는 김중혁 소설가의 첫 산문집이다. 일상의 소소한 단상들이 만들어 내는 그의 농담들엔 결코 가볍지 않은 힘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려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책.

 

여기서 작가의 뭐라도 되겠지는 포기나 체념의 말이 아니다. 잘 생각해 보면, 특별한 재능이란 건 타고 나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 모든 사람이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그런 이미 특별한 재능이 아닌 게 되니까. 그럼 재능 없는 사람은 모두 실패하는가에 대한 답이 그의 산문집에 있다. “재능이란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그래, 이렇게 책을 읽으며 하루쯤 쉬어가다 보면 언젠가 뭐라도 되겠지. 아니, 사실 우린 모두 이미 뭔가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