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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81

최은진의 BOOK소리 81

시간의 힘을 보여주는 그림책

나무처럼

저자 : 이현주 / 출판사 : 책고래 / 정가 : 12,000

 

 

초록과 연두가 어우러져 싱그러움을 표지 가득 채우고 있는 은행나무가 눈길을 끄는 그림책. 젊고 싱싱한 저 나무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를 기대하게 만든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세계 일러스트 거장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가는 우리의 눈도, 마음도 모두 따뜻함과 먹먹함으로 채워준다. 열 살 때 낡은 오층 아파트로 이사 온 어린 은행나무의 생을 담고 있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두운 마음에 불을 켜주듯 우리는 환하게 해준다.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너무나 간결하게, 한 인생을 덤덤히 말하듯 그려내어 독자를 사로잡는다.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열 네 살이 되고, 이층 화가 아저씨의 그림을 통해 처음 본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설레는 은행나무.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커져버린 나무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것을 통해 행복과 슬픔의 본질을 생각한다. 꼭대기까지 자라 버린 나무는 긴 그림자만 반기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외로움을 혼자 견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혼자 있는 날이 점점 늘어가지만, 나이가 들었어도 그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고 생각한다. “나는 어디까지 자랄까?”라며……이렇게 작가는 한자리를 지키고 선 은행나무의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에게 삶을 보여주고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본다면 한 층씩 올라가며 멋진 그림과 어우러진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어른들은 자신의 삶을 한번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될 듯하다. 시간이 가진 힘으로 한 층씩 성장한 은행나무는 꼭대기까지 자라난 지금도 성장 중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나이가 얼마가 되었든지 당신의 삶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성장하고 있다. 어디까지 자랄까를 생각하며……책을 다 읽고 나면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나무를 한번 보라. 오랜 시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그 나무가 새삼 달라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