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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08


최은진의 BOOK소리 108


질투 뒤에 숨어있는 욕망의 힘 질투의 민낯


◎ 저자 : 지그리트 엥겔브레히트 / 출판사 : 팬덤북스 / 정가 : 14,000원



어릴때부터 우리는 질투를 나쁘다고 배웠다. 백설공주의 미모에 질투심을 느껴 살인교사를 하는 새왕비에게 어린이들은 악녀의 딱지를 붙였다. 또 신데렐라와 콩쥐를 질투한 계모와 새언니들은 어떤가. 그들이 벌 받는 것을 보며 우리는 권선징악을 학습해왔다. 그러나 질투는 인간의 본성이다. 살면서 누군가를 질투 한 번 안 해본 사람 있을까? 질투하고 있는 자신을 들키지 않으려고 한 적은 또 얼마나 많았나? 그렇지만 질투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나아가 질투를 삶을 성공으로 끌고 가는 긍적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고마운 책.


저자는 우리의 일상 어디서나 있는 질투의 본질과 뒷배경, 그 대상을 세세히 파헤치고 있다. 또 질투의 문화적 뿌리와 의미, 질투 뒤에 따라오는 감정들, 그게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를 풀어놓으면서 우리 욕망의 깊은 곳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는 물건이나, 능력, 지위 그 자체를 질투하지는 않는단다. 그것들을 소유한 사람이 지녔을 것이라 짐작되는 감정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행복한 기분을 질투하고 있다는 것.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질투심이 폭발했던 근본적인 원인을 깨닫는 것은 물론, 만족스러운 인생을 향해 한 걸을 더 다가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한다. 질투가 가진 에너지는 강하다.


기형도 시인도 <질투는 나의 힘>이란 시에서 젊은 날의 번민과 방황이 바로 ‘질투’에서 비롯될 것임을 밝힌다. 질투심으로 인해 타인의 삶을 부러워만했고, 사랑을 쫒았으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그의 시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왜나면 우리는 질투심을 수치스러워하니까. 타인을 질투하고 있다는 걸 들키는 건 죽어도 싫다. 하지만 질투는 그의 말처럼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속 욕망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 욕망의 실체를 알게 되면, 왕자와의 결혼을 위해 발가락을 잘라내는 신데렐라 새언니들의 무시무시한 질투심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