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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프 - 여름날

긴 여름을 우리는 끝없이 걸었지요

오키프 - 여름날

긴 여름을 우리는 끝없이 걸었지요

 


현대인에게 운명처럼 각인된 고독과 비애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눈이 있습니다. 고독하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냐// -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김광균,와사등부분)입니다. 제 속에 슬픔의 음률을 품고 서 있는 창백한 진실의 이미지로 등불은 다가옵니다. 영원이라는 말을 발로 툭툭 차며 조용한 거리를 걷는 시인의 뒷모습을 봅니다. 인간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침묵으로 도시를 배회하는 쓸쓸한 정서가 선명한 이미지로 펼쳐집니다. 일상의 어느 결에서 문득 상처가 만져질 때 우리는 저녁의 불빛에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쓰게 되지요. 저 허구적인 불빛과 회색의 불안을 향해 깨어나듯이.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무언가를 생각하느라 몇 번의 사랑과 몇 번의 몰락을 견디며, 우리는 어딘가로 걸어갑니다. 등불이 말해주지 않아도요.

 

오키프는 뉴멕시코의 사막을 사랑한 화가였지요. 자신이 보는 것. 그 대상이 의미하는 것을 크게 그려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두개골, 짐승의 뼈, , 식물의 기관, 조개껍데기 등, 자연을 확대시켜 심화시키지요. 그녀는 생물 형태적 형상에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신비스럽고 상징적인 그림을 그립니다. 오키프는 사막에서 뼈를 자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답니다. “나는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황폐함과 불가사의함을 내 눈에 비치는 그대로 이야기 하려 했다는 말도 남겼지요. ‘꽃의 화가라고도 불리는 조지아 오키프. 거대하게 클로즈업된 꽃을 그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키프의 예리한 시선은 독특한 분위기를 마술처럼 창조해 냅니다. 사막과 뼈와 꽃들 속에 죽음과 삶이 나란히 피어납니다. 한 손에 자유와 한 손의 고독을 포개고 앉은 인간의 삶처럼.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을 뿐이지요. 그러고 보니 고독하지 않은 삶은 없군요. 그렇다면 고독을 보석처럼 손으로 가지고 노는 건 어떤지요? 고독이 따뜻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