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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초월적 세계를 꿈꾸는 꽃나무에게


14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초월적 세계를 꿈꾸는 꽃나무에게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있오.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오.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오.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오.나는막달아났오.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런흉내를내었오.
                                                                
 이상의「꽃나무」전문 입니다. 벌판 한복판에 외롭게 서 있는 꽃나무를 보고 자신의 내면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동 기술적 기법으로 표출해냅니다. 꽃이 만개해 있다고 하기도 하고, 꽃나무에게로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네요. 이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세계를 꿈꾸듯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미학을 비현실적으로 기술해 몽상적 세계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지요. 허공이 자신의 허공을 가만히 만져보는 것처럼 말이에요. 꽃나무는 꽃나무에게로 갈 수 없지요. 내가 나에게로 갈 수 없듯이 말입니다.


 세상의 풍경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화가가 바로 살바도르 달리입니다. 그의 작품에는 독특한 세계관이 엿보이지요.《기억의 지속》은 녹아내리는 시계로 잘 알려진 달리의 작품입니다. 달리는 사물을 지속해서 응시하는 순간, 사물이 왜곡되거나 변형되는 기이한 현상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시간의 엄밀함을 흐느적거리는 시계의 모습으로 조롱했다는 이미지는 매우 인상적으로 뇌리에 남습니다. 흐물흐물한 시계는 카망베르 치즈를 맛본 이후에 나타난 환각에서 영감을 얻어 이 그림을 제작했다고 달리는 고백했다고 합니다. 자유로운 무의식의 이미지를 제시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조차 진리 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해시키려고 한 것 같아요. 《기억의 지속》은 영원과 소멸에 대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의식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기억 속에는 아득한 바다와 그 옆에 절벽이 존재합니다. 약간의 어두운 빛이 지속되는 평원의 풍경도 이어집니다. 그 곁으로 죽은 나무도요. 유일하게 정상적인 시계도 보이지만요. 그곳도 개미와 파리가 앉아 있습니다. 작품에는 짙게 깔린 정신적 방황과 좌절감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를 지배하는 시간을 비웃듯이 왜곡해 인간의 내면을 해체합니다. 그는 과격한 모더니즘의 혁신적인 실험 시로 유명한 이상 시인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시인은 ‘꽃나무’와 ‘생각하는 꽃나무’와 ‘나’라는 대상을 통해 시인의 무의식을 표현했습니다. 화가도 ‘녹아내리는 시계’와 ‘죽은 나무’를 통해 화가의 무의식 세계를 상투성을 버리고 감각해냅니다.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모두 우리의 삶을 다양하고 자유롭게 하지요. 서로 다른 계절과 바다를 가지고 살더라도 이루어지는 우리들의 불가해한 긴 사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