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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잎을 공중에 흩어놓을 때


아름다운 꽃잎을 공중에 흩어놓을 때


- 르누아르<테라스의 두 자매>



 온 힘을 다해 피었다가 지는 꽃의 이마에 가만히 손을 얹어 봅니다. 사라짐이 만드는 간절함이 모여 다른 시간을 불러 오고 있습니다. “사는게 꽃같아”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나 꽃과 이별을 해버린 사람처럼 눈물이 나는 늦가을의 오후입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김소월, 「산유화」전문)입니다.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조용한 사람은 어떤 꽃을 잃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요. 바람의 운율로 몸 안에 들어왔다 사라진 꽃잎처럼 미세한 절망이 깊은 숨을 내쉽니다. 어떤 꽃은 떠나고 어떤 꽃은 남은 허공에 누군가 손바닥이 가만히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늘 인간이 잡을 수 없는 곳에 있지요. 꽃이니까.
   
 봄의 아름다움을 활기 넘치는 색상으로, 젊음의 발랄함을 변화무쌍한 붓의 터치로 탄생시킨《 테라스의 두 자매》는 르누아르의 작품입니다. 르누아르는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는 예술철학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따뜻하고 나른한 오후에 두 명의 아름다운 자매가 테라스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면은 보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합니다. 현란한 빛과 색의 향연이 눈이 부시게 어우러져, 그림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축제에 초대 받은 것 같습니다. 밝고 신선하고 풍요로운 색채가 화폭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어린 자매의 눈동자는 선명한 푸른색으로 순진무구한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려는 화가의 의도가 드러납니다. 그러나 실제로 르누아르의 말년은 고통스러웠다고 전해집니다. 고통으로 인해 붓도 제대로 쥐지 못할 정도로 류머티즘이 그를 괴롭혔다지요. 그러나 그는 손가락에 붓을 매달고 마치 낙원에 있다는 듯이 밝고 즐거운 그림을 계속 그립니다. 인간의 행복한 표정을 포착하고 있는 화가의 빛나는 손이 보입니다. 풍요로운 붓의 묘사로 인간의 슬픔이 잡힐 듯, 고요하게 견디고 있네요. 소녀의 머리위에 얹힌 꽃은, 꽃이 그에게 스스로 다가간 것입니다. 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