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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나비

조르조 데 키리코 -사랑의 노래

 

영혼의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나비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기폭들// 나비는/ 기중기起重機/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조향,바다의 층계부분)입니다. 무의식의 세계를 그리듯, 환상적이면서도 격렬한 이미지를 통해 무거움을 상징하는 기중기에 붙은 나비는 삶의 눈물겹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죠. 나비처럼 가벼운게 있을까요. 푸른 바다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순수자아를 찾으려는 나비의 목숨이 눈물겹습니다. 인간의 내면 풍경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며 나비기중기푸른 바다라는 대상을 통해 시인은 무의식의 창을 엽니다. 어느 한 곳 머무를 수 없는 바다에서 나비의 계절이 가고 있습니다. 문득, 사라진 나비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왜냐하면 기중기보다 가볍지만 목숨이니까요.

 

조르조 데 키리코는 그리스에 출생한 이탈리아의 화가로, 그는 형이상학화의 양식을 완성합니다. 몽환적인 그의 화풍으로 초현실주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네요. 키리코는 불가사의한 광경을 자주 그립니다. 일반적인 감각이나 경험을 초월한 것이었다고 하지요. 세잔은 인생의 무의미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그 무의함을 예술로 승화하는 방법을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통해 깨달았다고 하네요. 시인의 불안이라는 작품도 제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작품이에요. 위의 작품은 사랑의 노래입니다. 석고 두상과 못에 걸린 고무장갑, 초록색 공을 통해 각각 다른 상징적 의미를 충돌시키고 있지요. 고무장갑은 기술을 상징하고 못에 걸렸다는 것은 이것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회화에서 기교를 버리고 메시지와 이미지만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땅에 떨어져 구르지 못하는 공과 같다는, 삶과 예술에 대한 그의 실험적 의지가 엿보이네요. 조향 시인도 실험적 시를 쓴 대표적인 시인입니다.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리기 위해 기중기에 붙은 나비의 손마디에 땀이 고입니다. 그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면 우리가 모르던 것을 조금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나비가 내년 봄에도 무사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