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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18

최은진의 BOOK소리 118

이 구역의 나쁜 여자는 나야! 다 나와!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저자 : 에이미 스튜어트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5,000

 

 

 

요즘 유행인 신조어 걸크러쉬에 딱 들어맞는 주인공이 여기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의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제 존재했던 인물인 콘스턴스 콥의 이야기. 그녀의 화끈하고 강렬한 카리스마는 소녀들의 가슴을 깨부수고도 남을만큼 인상적이다. 요즘 미투가 뜨거운 감자로 사회전반에 부각되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미묘한 분위기는 남자든 여자든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물론 바른 길로 가는 진통의 시간이라 우리 모두가 믿고 있지만....이럴 때 뭔가 석연치 않고 답답해지는 이야기 말고, 속칭 센 언니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걷어차는 하이킥같은 이야기. , 이제 우릴 속시원하게 만들 통쾌한 영웅, 그녀를 만나 볼 시간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보안관인 콘스턴스 콥의 이야기를 <술취한 식물학자>의 저자 에이미스튜어트는 똑똑하고 지혜롭게 각색해서 끌고 나간다. 철저하고 자세한 조사를 통해 밝혀낸 콘스턴스의 이야기는 놀랍다. 1914, 남성의 보호와 결혼만이 최고의 선이자 여성들에게는 정의였던 시절, 추악한 폭력에 맞서 자매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여자. 180cm가 넘는 키와, 80kg의 몸무게를 가진 그녀가 뻔뻔한 범죄자 머리를 벽에 박아버릴 때 통쾌하지 않을 사람을 없을 듯하다. 그뿐이랴. 외모에 못지않은 명석한 두뇌로 펼쳐보이는 추리력은 셜록홈즈 저리가라이며, 불타는 정의감, 올곧은 도덕심, 책임감은 어떤 영웅보다 뛰어나다. 게다가 이 독보적인 캐릭터를 고루 갖춘 그녀는 실존인물이기까지 하다.


이 얘기는 단지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자동차 사고 후 피해보상은커녕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파렴치범에 맞서 법정싸움까지 치닫는 사건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의 부조리한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말하자면, 가진 자의 횡포에 맞서는 사회정의구현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고, 그 중심에 당시로선 믿기 어려운 일인, 여성보안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콘스턴스 콥의 이야기는 시리즈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란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존재할지도 모를, 유리천장을 백 년 전에 제대로 깨부셔 버린, 진취적인 그녀에게 힘찬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