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최은진의 BOOK소리 120

최은진의 BOOK소리 120

밤이 견뎌내야할 시간인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

밤에 우리 영혼은

저자 : 켄트 하루프 / 출판사 : 뮤진트리 / 정가 : 13,000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주인공 애디 무어의 말. 그렇다. 외로움과 우울, 공포는 밤이 되면 극대화 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공포영화 속 괴물은 상상이 잘 안 된다. 혼자된 지 오래되어 밤이 견뎌내야하는 시간인 사람에게 필요한 건 주인공 에디의 말처럼 바로 이런 것.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것”. 힘든 어둠과 밤새 싸워야 하는 시간이 끝없이 이어질 때 외로움은 외로움 그 이상의 것인 공포가 되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런 밤이 힘든 영혼에게 나직히 속삭여주는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소설.


  청춘의 밤은 늘 아쉬움을 남길 정도로 짧지만, 홀로 버텨야 하는 노년의 밤은 너무도 길다. 사별 후 오랜 시간 혼자 밤을 견뎌왔던 에디. 같은 처지에 있는 이웃 루이스에게 과감한 제안을 한다. “자러 오지 않을래요?”. 삶이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눈치 안보고 마음 가는 데로 행동할 수 있을까? 수군대는 이웃들과 비난의 말을 쏟아내는 자식들이 두려워 뒷문으로 에디의 집으로 들어가던 루이스도 차츰 당당해진다. 남의 눈치만 보고 살기엔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너무 소중하므로. 청춘의 밤에 두려움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뜨거움이 있다면 황혼의 밤엔 노을처럼 편안한 따뜻함이 있다.


  밤의 고요함과 적막함을 참을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노년에 대부분 겪게 될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삶의 종착역에 가까워진 에디와 루이스에게 필요한 건 흔한 사랑의 감정이 아닌, 정서적 친밀감을 나누는 일종의 우정이었다. 그들에게서 밤의 어둠 속에서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잠이 깼을 때 당신이 내 옆에서 숨 쉬는 소리를 듣는행복을 뺏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 누구가 사랑하는 자식들일지라도. 운 나쁘면(?) 120살까지 살 수도 있다는 요즘. 얼마나 오래 살 건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그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