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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30

최은진의 BOOK소리 130

()과 생()의 숭고함에 관하여

먹는 인간

저자 : 헨미 요 / 출판사 : 메멘토 / 정가 : 16,000

 


지금은 그야말로 탐식을 넘어 폭식의 시대다. 필사적일만큼 치열하게 먹어대면서도 건강식이나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우리들. 단 한 번도 한 끼 식사에 대한 인문학적인 사색 따위는 하지 않고 그저 먹어왔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어줄, 미식 예찬의 반대쪽에 있는 책. 전쟁, 기아, 재해 같은 분쟁 속에서 하루하루 끼니를 잇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날마다 넘쳐나는 음식을 마주하는 우리에게 강펀치를 날린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시인, 소설가인 헨미 요는 대인기피증에 걸린 자신을 위해 여행을 하게 된다. ()의 음식을 찾아 세상을 떠돌며,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담았다.


여행 전 그는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어떤 얼굴로 먹고 있을까, 또는 얼마나 못 먹고 있을까? 배고픔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하루하루 음식을 먹는 당연한 행위를 어떻게 의식하고 있을까, 또는 의식도 못하고 있을까?’같은 문제를 인식한다. 무엇보다 포식에 익숙해진 자신의 혀와 위가 못마땅해졌고, 호강에 겨워 흐트러지고 감각이 무뎌져 버린 자신을 극한의 상황에서 괴롭히고 싶어졌단다. 그리하여 혀와 위에게 잊혀가는 맛을 떠올리게 하려고 시작된 여행. 그렇게 길고 치열한 여정이 끝나고 남긴 그의 기록에는 생()의 근원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난한 아시아의 맛, 갈등하는 유럽의 맛, 뜨거운 아프리카의 맛, 얼음과 불이 빚은 혼돈의 맛, 가깝지만 낯선 한국의 맛. 이렇게 총 5장에 걸쳐 담긴 맛은 세계 15개국 수십 명의 삶에서 건져 올린 분노의 맛, 증오의 맛, 슬픔의 맛이었다.


이상하게 보여도 이상한 음식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는 것. 가는 곳마다 먹는 인간이 있고 그 음식을 먹는 데는 넘치도록 충분한 이유가 있기에. 오감에 의존해 먹다라는, 인간의 필수 불가결한 영역에 숨어들어 펼쳐지는 광경을 담았다. ‘먹는 인간이라는 짧고도 형이하학적이며 까닭 없이 애잔한 인간의 주제를 발견했다는 그는 여행을 끝낸 뒤 불길한 예감을 마주한다. 어디서든 먹고 있는 사람들과 버려지는 음식을 보며 어쩌면 이 포식의 시대가 나중에 되갚아야 할 빚처럼 공복의 시대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래서 닥쳐올 기근의 나날을 위해서, 사랑하는 모든 먹는 인간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