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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궁(惠慶宮)


이우현 더불어민주당 용인병지역위원장

 

혜경궁 홍씨는 정조대왕의 생모이자 사도세자의 정빈(正嬪)이다. 1735년 태어나 순조 15년인 1816년 죽었다. 176274일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아사한 이후 혜빈 홍씨는 세손 정조를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했다. 조선왕조 임금 중에 가장 명이 길었던 영조는 31세에 왕위에 올라 83세에 승하하기 까지 무려 52년간 조선을 통치했다.


사도세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드라마로도 여러 번 제작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조대왕이 재평가되면서 사도세자는 극적인 미화과정을 거치면서 비운의 주인공으로 재조명되었다. 사실적인 역사의 기록만을 참고한다면 사도세자는 광인에 가까웠고 부왕인 영조를 죽이려 하다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정조의 피 끓는 사부곡을 보면 사도세자의 죽음에 엄청난 음모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짐작과 착각도 든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아도 사도세자는 국본(國本)으로서 부적합했고 영조가 자식을 죽이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패륜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 혜경궁 홍씨는 남편이 죽임을 당할 때 자식을 택했다. 혜경궁 이라는 칭호는 아들인 정조가 왕위를 계승하면서 받은 것이다. 그녀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장수하여 손자인 순조시절 여든 한 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이 경험한 시대상황을 한중록이라는 기록물로 남겼다. 한중록은 언문(한글)으로 기록되어 사도세자를 둘러싼 사건의 전말을 살피는데 중요한 역사적 사료다. 201811월 현재 난데없이 혜경궁이 뜨거운 뉴스거리로 등장했다. 다른 혜경궁은 홍씨가 아니라 김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인 김혜경 씨가 문제의 주인공이다. 경찰은 지난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에 대한 극렬한 비난을 퍼부은 혜경궁이라는 ID(khk631000)의 주인이 김혜경 씨라고 특정하였다. 이재명 지사(당시는 후보)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였다. 경찰은 수사 끝에 문제의 휴대폰 주인은 이재명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 씨가 맞다고 결론짓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 물론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 김씨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해도 경기도지사 재선거와는 상관이 없다. 현행 선거법상 후보자나 배우자 회계책임자가 선거법을 위반하고 당선무효가 되려면 후보자 매수나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에 특정돼 있기 때문이다. 


혜경궁 김씨에 대한 공방은 정치권으로 번져 자유한국당은 즉각 이재명지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당인 민주당은 노코멘트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사건의 요지는 문제의 휴대폰에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비난문자가 수만 건 대량으로 발송되었고, 그 비난 대상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권력에 의한 탄압으로 간주하고 경찰의 수사발표를 전면 부인하며 불퇴전의 항전의지를 표명했다.


사건이 유야무야될지 확대될지는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아야겠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씁쓸하다. 언제부턴가 SNS를 이용한 선거가 일반화되었다. 물론 그만큼의 효과가 있으니 후보자들이 SNS홍보에 열을 올리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영 못 마땅하다. 묵직하고 담론적인 주제를 놓고 후보 간에 논쟁이 붙는다면 유권자는 진지하게 후보자를 관찰하게 된다. 지금 선거의 특징은 상호 비난과 비방이 거의 전부인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시종일관 한다. 저질 선거도 이런 저질 선거가 없다. 막장까지 치닫는 비방전 끝에 한사람이 당선 된다. 선거의 후유증은 4년 내내 이어지고 극한대결이 계속된다. 얼마 전 드루킹 특검소동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SNS를 안하는 후보를 뽑자는 국민캠페인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정치가 제아무리 왜소해 졌다 해도 SNS에 목을 매는 후보는 퇴장시켜야 한다. 자신의 철학과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유권자의 심판과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용기를 갖춘 정치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혜경궁 김씨 사건의 끝이 궁금하다.<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