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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능력이 안 되면 물러남이 마땅하다



[용인신문] 중국 남북조시대 송나라 유의경이 쓴 세설신어(世說新語)에는 61개 항목에 달하는 조롱과 조소를 통해 세상을 풍자해 놓은 배조(排調)편에 맹인할마(盲人瞎馬)의 고사가 있다.


하루는 죽림칠현을 흠모한다는 세명의 녹림처사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게 뭘까라며 저들끼리 되도 안 되는 말을 해대며 박장대소하고 있는 것이다.


환현군(桓玄君)창끝으로 쌀을 일어 칼끝으로 불을 때는 것이라며 낄낄거리니, 은중감(殷仲堪)이 말을 되받으며 백세가 된 노인이 고목나무 가지에 오르는 것이야 말로 더 위험하다한다. 고개지(顧愷之)가 손사래를 치면서 다 틀렸어. 우물 난간 두레박 위에 갓난아기가 누워있는 것보다 더 위험하랴순간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고 있으니 은종감의 시종이 끼어들면서 한다는 말이 고수가(장님) 한밤중에 애꾸눈 말을 타고 깊은 못가를 지나가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라고. 맹인할마(盲人瞎馬)가 주는 교훈은 하나다. 능력이 안 되는 자가 높은 자리 꿰차고 앉는 그것이 위험하다는 말이다.


일찍이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정유길은 근사록을 진강하면서 말한다. 학술이 있으면서도 물러간 사람이란 이황(李滉)을 가리키고<有學術而退去者 指李滉>, 문장이 있으면서도 나오지 않는 사람이란 김인후(金麟厚)를 가리킨다<有文華而不就者 指金麟厚. 명종실록 18권 명종 1054일 정유>


쉽게 말해서 진퇴지절(進退之節)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며칠 전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8590원으로 결정됐다는 보도가 났다. 옛 사람들은 뜻(협상테이블에 앉으면)을 얻으면 사람들한테 은택이 더해졌고, 뜻을 얻지 못하면(不得志) 자신을 닦아 세상에 드러냈다.(물러나 더욱더 많이 공부를 했다 脩身見於世). 시급 8350원에서 고작 돈 240원 올리자고 그 야단법석을 떨었단 말인가. 제발 부탁하는데 능력 안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물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