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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들이여 진실만을 써라
사유하지 않는 ‘도그마’로 혹세무민하지 말라

오룡(평생학습교육연구소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30여 년 전, 필자는 대한민국의 육군 이었다. 여유로운 8월의 일요일 오후, 오수(午睡) 중인 행정반으로 전화가 왔다작전과에서  ○○○이병을 호출했다. 행정병이었던 필자는 지금 수면 중이다. 급한 용무가 아니면 일어난 후에 올려 보내도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잠시 후 대대 작전과장이 들이닥쳤다. 그는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했다. 구타를 당하면서, “,  맞을 만큼 잘못한  없다라는 생각으로 버텨냈다스물다섯 살 청년의 머리에서 피가 터지고서야 그의 매질은 멈췄다.


일 년 후 연대본부 인사과에 전역 신고를 하러 갔다. 누군가 오병장을 불렀다. ○○○소령이었다. 진급심사를 앞둔 그는 내 손을 잡으며 부탁했다. “처 자식이 있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작년 일은 너무 미안하다라는 그에게 괜찮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진급을 위한 그의 눈빛은 간절했지만 몸은 구차해 보였다.


공포는 반응이지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공포는 겁을 먹은 자에게만 효과가 있다라고 하지만 공포는 그 자체만으로도 겁을 먹게 할 수도 있다. 공포를 통해 가장 강력한 권력을 유지해 온 사람들에게 공포는 행위 동기였을 것이다. 공포를 조성해서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에게 공포는 통치의 어젠다로 활용됐다.


현충사에는 이순신의 칼이 걸려있다.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이는구나(一揮掃蕩 血染山河)’라는 검명은 장군의 진심이다. ‘펜은 칼 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글쟁이들의 자기 기만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장군의 칼은 단순하며 명확하다. 무섭고 삼엄한 칼날은 오직 왜적의 피를 원할 뿐이다. 이순신의 삶은 정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치를 두려워하지 않은 그였기에 정치가 그를 두려워한 것이다.


명량에서의 싸움은 승산이 없었다. 아직 신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다고 했지만 고작 열두 척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래도 장군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공세로 전환했다. 살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었다.


변화는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망가진 세상을 수선하는 것도 변화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한·일 문제에 대해 비상(非常)이라고 말하지 말자. 정상(正常)이지 않았던 역사를 정상으로 돌리려는 우리들의 의지에 시너를 부은 것뿐이다. 비상에 대처하는 사람들에게 도를 넘었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정상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다. 비상이냐 정상이냐를 말하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 정상인가에 대한 확인부터 제대로 하라.


·일 관계에 대해 국민들이 나서는 것은 비정치적인 행위이다. 국민 스스로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발터 베냐민의 <역사철학 테제>를 인용하자면 비상사태가 아니라 상례일 뿐이다. 일본의 의도가 은 아닐지라도, 일본의 의도가 불순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우리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는가.


원수들이 강하다고 겁을 낼 건가, 우리들이 약하다고 낙심할 건가, 정의의 날센 칼이 비키는 곳에, 이길이 너와 나로다!!”라고 외치던 독립군이 지켜낸 땅. 우리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약하지 않다.


그러니 글쟁이들이여! 백번 양보해서 국론 통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정상적인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써 달라. 소설이 아닌 진실만을 써라. 아무런 생각 없이 글을 써대는, 사유하지 않은 도그마를 남발하는 언론은 찌라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