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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어비리에서 고향의 봄을 노래하다”

조두호 (문화재생 예술감독, 문화인류학)

 

[용인신문]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2017년 승격)에 위치한 어비리魚肥里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정겨운 고향이다. 본래 어비울(村)은 1971년 12월에 어비울 저수지(이동저수지) 제방이 완공되기 전까지 600여 년의 전통과 역사를 지닌 마을이었다. 지금은 원어비울元魚肥村 마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수몰되어 경기도 최대 규모의 담수량을 자랑하는 ‘이동저수지’로 명명되고 있다.

 

어비리는 맑은 물이 흐르고 기름진 땅에서 해마다 풍작을 거두는 풍요로운 농촌 마을이었다. 세거가문인 강릉 김씨의 24세조 회와공 김언신은 ‘어동팔경魚洞八景’을 노래했는데, 그중 ‘어비낙조’는 현재의 ‘용인 8경’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저수지로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은 저수지 수면과 황금 들판을 동시에 붉게 적시는 낙조의 황홀함으로 표현된다. 마을에는 수령이 500년은 족히 넘은 신수神樹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수몰로 잘려서 땔감으로 팔려나가는 비운을 겪었다. 그 흔적으로 마을에서 보관하던 뿌리마저 도난을 당해 사라졌다. 수백 년을 살아온 마을에는 대동大同의 전통이 살아있었다.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대동제大同祭가 해마다 열렸다. 집마다 축언을 하고, 천지 만물에 대한 감사함을 전함은 물론 조상 대대로 이어온 전통을 지키는 것이 마을공동체의 신념이었을 것이다.

 

다시 고향의 봄은 올 수 있는가. 2010년대 후반 들어 사라진 원도심, 소외된 경계지 어비리에도 꽃망울이 맺히고 있다. 척박한 문화 불모지였던 이곳에 시각예술 전시장 겸 문화예술교육장인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이 그 꽃망울 중 하나다. 이동저수지 제방 아래 위치한 어비움은 지난 2017년 5월 개관, 전시부터 공연과 체험 교육 등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바람에 꽃씨가 퍼지듯 어비움 개관 이후 얼마 되지 않아 황무지와 다를 바 없었던 이동저수지를 둘러싼 어비리 도로에 대형 카페와 식당 등이 들어서면서 마을의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같은 해에 과천지역 화훼·묘목 업체가 어비리에 이웃한 남사면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확정되면서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원예유통단지가 조성되는 중이다. 남사화훼단지는 어비리로 점차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고, 매년 봄이면 화훼단지를 찾아오는 외지인으로 전에 보기 힘든 활력이 넘치고 있다. 또 농어촌공사가 이동저수지의 수문 확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용인시도 해당 지역의 공원화 등 개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어비리의 봄’을 기대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