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국민을 사랑하되 변함없는 목민관을 보고 싶다.

[용인신문] 공자의 역작 춘추의 위대한 점은 역사를 보는 안목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물을 보는 이치이며 곧 사리事理에 대한 예禮다. 예는 범부에게 있어서는 도덕人 지향을 위한 수신교과의 출발이지만 치자治者에게는 역사가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송구지신悚懼之身의 첫 행보인셈이다.

 

범부의 예는 국충가선린고國忠家誠隣顧로 나라에 충성하고, 가정에 성실하며 이웃에 선함으로 돌아봄이다. 그러나 치자의 예는 강국부민구휼强國富民救恤로 나라를 강하게 하고 국민을 부하게 하며 어려운 때를 만나면 백성구제에 있다. 특히 목민관에 있어서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은 정책을 통한 거시적으로 드러나야 하며 눈앞의 인기에 영합하여 일희일비가 없어야 함은 고금불변의 원칙이다. 물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복지부동과 명철보신하는 자가 어찌 없겠는가마는 그럼에도 목민관 만큼은 그래서는 안된다.

 

민주공화 정치의 시대에 목민관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꼰대 발상이라며 이맛살을 찌푸리는 이도 있겠지만 사람살이는 예나 지금이나 부자라고 해서 신발 두 켤레 껴 신고 다니는 거 아니고, 잘났다해서 숟가락 두 개 들고 밥먹는 거 아니듯이 크게 바뀐게 없다는 점에서 국민이 선택한 목민관이라는 막강하고 막중한 권력으로 국민을 춥고 배고픔에 처하게 한다면 그 순간 그런자는 이유여하를 무론하고 국민 앞에 범죄자요, 죄인이 된다.

 

국민의 것을 뜯어먹어서 죄인이 아니라 국민을 춥고 배고프게 해서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범죄이며 죄가 되는 것이다. 오죽이나 못났으면 제 백성을 추위에 떨게 하고 배곯게 하랴. 본래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란 것이 진실로 용인用人, 곧 사람의 씀에 있으며 이재理財, 곧 재물을 어떻게 나누는가에 벗어나지 않음에 있다. <治天下 固不出於用人理財.다산 정약용 대학강의大學講義 전십장傳十章해설 부분 인용>

 

쉽게 말해서 정치란<政也者> 백성을 바르게 살도록 해주는 것이고<正也>, 백성들을 골고루 잘먹고 잘살게 해주면 된다는 것이다<均吾民也.茶山詩文集卷10原篇>,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완장만 찼다하면 멀쩡하던 사람도 돌변한다는데 있다. 국민을 사랑하되 변함없이 사랑하는 그런 훌륭한 목민관 만나기가 그리도 어려운 일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