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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당신에게 특별한 용인

이원오(시인)

 

[용인신문] 강원도에서 다음 근무지를 고를 때에 전국 지도를 펼쳐 놓으니 용인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가깝고 지방 가기에도 편하며 특히 산이 많아서 좋아 보였다. 그전까지 용인과의 인연은 대학 동아리 회장으로 용인에서 MT를 가져본 것이 전부였다. 이후 원하는 대로 용인에 왔고 2년 정도 살다 가야지 한 것이 13년이 흘러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여행하다가 ‘용인’ 표지판만 보이면 마음이 편하고 고향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용인에 살면서 몇 가지 특별한 일이 있었다. 용인문학아카데미 시창작반에서 처음으로 시를 배우고 나름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인’이 되어 있었다. 해마다 시창작반 문우들이 등단하여 기쁘다. 또한, 용인문화원 문화위원이자 봉사단원으로 지역축제와 문화행사에 참여하며 용인의 전통문화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었다. 색소폰 클럽을 다니면서 연주 실력을 다듬고 봉사를 했던 일, 단국대학교에서 주경야독하며 학위를 받았으니 용인은 내게 참 특별한 곳이다.

 

이러한 용인이 인구 110만 명 규모에 걸맞은 특례시가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도시가 커가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분당이나 일산처럼 대규모 신도시로 개발되었다면 지금처럼 난개발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00지구라는 이름의 택지지구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 보니 중심지역이 없고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도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용인 곳곳에 산재한 11개 대학을 한곳에 모이도록 했다면 신촌이나 홍대를 능가하는 대학촌이 되었을 것이다.

 

용인의 지역과 문화를 제법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아직도 잘 모르는 동네와 골목, 개발지가 얼마나 많은지에 놀란다. ‘아직도 용인을 잘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용인은 넓다. ‘용인학’ 강좌가 생길 정도로 용인을 탐구하면 승장 김윤후, 오석 김혁 장군 같은 많은 위인과 독립투사를 배출한 곳이며, 김대건 신부가 성장한 성지가 있고, 약천 남구만과 박목월 같은 문인들이 잠들어 있으며, 지작사와 향토사단 등이 위치한 군사도시인지를 알게 될 정도로 용인은 깊다.

 

이런 용인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자주 가는 산이 있는데 함박산과 부아산이 한눈에 보여 좋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산 능선은 보이지 않고 고층 아파트 단지가 가로막아 멋진 스카이라인이 죽어버렸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지금 이 시간에도 용인 곳곳의 산과 들이 파헤쳐지고 있다. 산의 정상까지 통째로 날려버리는 개발방식을 보면서 시에서는 신중하게 허가를 해주면 좋겠다.

 

이제 용인에서 시멘트로 무장한 도시화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낡은 지역은 도시재생에 힘을 쓰고, 무질서하게 형성된 마을은 정비에 힘을 기울여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먼지 없는 용인, 자연과 호흡하는 맑은 용인, 이렇게 된다면 용인은 떠나기가 아쉬운 진짜 특별한 고향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