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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바르지 못한 것들은 그 자리에 앉지 마라.

 

[용인신문] 공자가 아들 리를 득남하고는 생계를 위해 두 개의 일을 하는데 하급 관직인 승전乘田이라는 가축 관리와 위리委吏라는 창고 관리직이 그것이다.

 

약관 20세 때의 일이다. 워낙 공부를 좋아했고 격물치지했던 그인지라 육예六藝에 정통해 있었고, 그의 명성은 천하를 흔들어 밖으로 전해졌으며 그간의 공부에 애씀이 인정되어 태묘 출입이 자유롭게 된다(논어향당13. 팔일15). 30세에 아들 리와 함께 앞마당에 심은 은행나무가 제법 자라 행단강학杏壇講學을 시작하니 이때가 노나라 소공 26년, 기원전 517년 공자 나이 36세 때의 일이다.

 

소문을 들은 제나라 22대 군주 경공(재임 31년째 되는 해)은 우유부단 한데다가 아둔하기까지했지만 “불취하문의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는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공야장14). 바로 이점이 함량 미달임에도 군주로 58년이라는 세월 동안 권좌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공자를 초빙하여 묻기를 간청한다.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의 답변은 간단하다. 君君/臣臣/父父/子子. 풀어쓰면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가 종래의 해석이다. 그러나 고전에는 시경독법詩經讀法이라는 것이 있다. 구문을 볼 때 ‘1차 4자로 먼저 끊어 읽고’가 그것이다. 네 자로 끊어 읽으면 해석이 달라진다. 君君臣臣/父父子子. 풀어 보면 임금이 임금다우면 신하는 그것을 본받고 신하다워진다. 아버지가 아버지다우면 자식은 그 아버지를 보고 배워서 자식도 자식다워진다는 말이다.

 

이 말의 전거는 공자보다 200년쯤 전의 정치가 관중이 쓴 관자 형세편에 군주가 군주답지 않으면 신하도 신하 답지 않으며(군불군君不君 즉신불신則臣不臣) 아비가 아비답지 않으면 자식도 자식답지 않다(부불부父不父 즉자부자則子不子). 이는 곧 군주가 똑똑이냐 헛똑똑이냐를 논하는 게 아니다. 바르냐, 바르지 못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공자는 논어 안연편에서 말한다. 위에 있는 사람이 바름으로 아랫사람을 거느리면 아랫사람은 자연히 바르게 된다. 이 말의 진의는 간단하다. 누군가를 이끌거나 치리하거나 벼슬이 높다할때는 거기에 따른 전제 조건이 있어야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그것을 다른데서 찾은 것이 아니고, 사람의 성품이 바르냐 그르냐에서 찾은 것이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바르지 못한 것들이 바르다고 우겨서 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