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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기상레이더 혁신 인프라, 공동 활용으로 새로운 가치를 더하다

[용인신문]

특별기고                              

                                               기상청장 유희동

 

 

최근 방영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에는 때 늦은 함박눈에 주인공이 ‘요즘 날씨는 루틴이 없는 게 루틴이래’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폭설은 곧 각종 사건 사고로 이어져 극 중 위기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루틴 없는 날씨’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돌발적인 위험기상은 드라마 속 위기만큼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험기상을 조기에 탐지하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선봉에 기상레이더가 있다. 기상레이더는 마치 의료 장비 CT처럼 비구름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기상장비로, 강수의 위치, 세기, 속도 등을 직관적으로 감시하고 예측하여 위험기상을 파악하는 데에 활용된다.

 

기상청은 1969년 관악산에서 기상레이더 관측이 시작된 이래 전국에 분산 운영되던 기상레이더를 2010년부터 통합 관리체제로 전환하고 운영체계의 표준화를 추진하였다. 그리고 2014년 용인시 갈미봉 정상에 ‘기상레이더 실증관측소(이하 실증관측소)’를 구축하고, 민·관·군 협업으로 기상레이더 관측 기술의 개발과 성능시험에 매진하고 있다.

 

실증관측소에서는 현업용 기상레이더와 같은 장비로 빗방울 크기, 강수 형태와 분포 등을 효과적으로 관측하기 위한 관측전략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전국의 기상레이더(10개소)에 적용해 레이더의 성능과 관측 품질이 향상하였다. 이로써 기상레이더의 관측 오차와 강수량 추정 정확도는 선진국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기상레이더 운영을 시작한 기상선진국에 비해 운영 기간이 짧음에도 기상레이더 관측 기술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혁신 인프라인 실증관측소, 이른바 ‘테스트베드’의 기능과 역할이 컸다.

 

하지만 기상레이더 관측 기술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으니, 기상레이더는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기에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운영관리 측면에서 커다란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며, 실제로 해외 제조사의 독과점, 수출규제, 글로벌 이슈 등에 따른 부품과 기술 수급의 어려움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기상청은 2015년부터 실증관측소 인프라를 활용하여 기상레이더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고 대체 가능한 부품을 발굴해 현업화함으로써 기상레이더의 원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민간에서 추진하는 기상레이더 부품과 기술 개발에 있어 설계단계부터 최종 성능 검증단계까지 실증관측소의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산화 부품은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수급 기간도 짧아 민간과 공공 모두에 유익하다. 이렇게 개발된 레이더 부품과 기술은 기상청뿐만 아니라 국내외 연구기관과 민간 등에서 범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되고 있다. 또한, 매년 환경부, 국방부 등 관계 기관과 학계에서 레이더 관측실험, 성능검증 등 주요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실증관측소의 레이더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증관측소가 쉼 없이 달려온 지 어느덧 10년이다. 이곳의 초창기 엔지니어들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새로운 장비의 운영법을 익히기 위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했다. 그리고 지금 실증관측소는 그간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민간과 공공에서 공동으로 활용하는 인프라를 갖추어 나감으로써, 국가 레이더 기술혁신을 견인하는 일등 공신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원격탐사관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미래 시대에 대비하여, 기상청은 앞으로도 실증관측소의 활용 분야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창의적인 도전을 해나감으로써 기상레이더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