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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생사의 갈림길 오가면서도 시를 놓지 않은 간절함

군 출신 시인 이동환 첫 시집
‘길 잃은 시 한 구절’ 출간

 

[용인신문] 이동환 시인이 첫 시집 ‘길 잃은 시 한 구절’을 도서출판 별꽃에서 출간했다. 지난 2003년 ‘문학 21’로 등단한 후 20년 만에 손에 든 첫 시집이다. 그간 큰 교통사고로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혼미한 의식 중에서도 시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은 시인의 간절함이 이뤄낸 결실이어서 주위를 더욱 감동 시키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이 시인은 사고 후 더육 깊어진 사유세계와 삶에 대한 반추, 생에 대한 의식의 흐름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시인은 “...스스로 깨어난 의식/ 정녕 내 뜻은 아니다/ 누군가 계획에 의해 정해진/ 알 수 없는/ 생의 이치이자 미덕// 부활은 생명의 근원이다/ 그리고 진정한 삶의 가치였다// ...”(‘기적’ 부분)고 하고 있다.

 

안영선 시인은 해설을 통해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시인의 첫 시집은 얼마나 가슴을 설레게 할까”라며 “그동안 시 창작에 대한 보상이자 열정적인 삶에 대한 정리”라고 첫 시집의 의미를 설명했다.

 

안 시인은 “외로움이나 그리움은 이동환이 품은 가장 대표적인 모티브”라며 이번 시집에서 ‘눈물의 배후’ 연작시 9편에는 눈물을 흘리게 하는 오랜 아픈 기억과 그리움의 배후가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 // 영어 100일의 몸 이브 날 저녁 밥상 준비할 때, 똑똑 뒷문 노크로 나타난 저승사자 불쑥, 들이닥쳐 밥상마저 앗아갔다 하얀 눈 위 자동차 바퀴만 남긴 채, 먼 길 포도청 담벼락 밑 뜬 눈을 하얗게 새웠다 눈물도 말라버린 아홉 살 어린 겨울은//… ”(‘눈물의 배후 7’ 부분)

 

이 시인은 직업군인으로 용인 등 전국을 떠돌던 오랜 객지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고향땅 평창에 귀향해 텃밭 일구며 집 앞에 꽃발골 표지석도 세우고 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고향의 추억은 시인에게 절절한 그리움이다. 시 ‘꽃밭골 사내Ⅰ’에서 “내, 나이 반으로 접고 또 젊은 시절/ 그리로 돌아가/ 그리움 절절 찍어 내리는/ 사내로 살고 싶다// 꽃분홍 치마에 생머리 휘날리는/ 어린 처자를 만나/ 꽃밭골 초입 언덕빼기 초가 한 칸 얻어/ 물동이 여 조반 지을 때/ 아궁이 불 때 주는 그런/ 사내로 살고 싶다//…”고 토로하고 있다.

 

안 시인은 “이동환의 시는 단단한 기억과 시인이 꿈꾸는 자연 친화적인 삶이 어우러진 세상이다. 시인이 꿈꾸는 진솔한 삶이 넘쳐나고 생동감 있는 서사가 가득하다”고 했다.

 

이미상 시인도 추천사에서 “이동환 시인은 내가 아닌 너를 위해 살고 싶어한다. 시인은 한 여인을 위해 집을 짓고, 물을 긷는 사내가 ‘가장 아름다운 시’라고 말한다”고 하고 있다.

 

육군 장교로 용인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이 시인은 예편 후 용인에 정착, 용인문학회 초창기 회원이자 고문으로 활동 했었다. 이번 시집에는 용인 삼가동 쌈지공원, 백암장날, 원삼면 두창저수지 등 용인과 관련한 시편들을 선보여 용인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인은 1994년 ‘그리움에 돌아보니 숨겨진 사랑’(국방부 수기 최우수상), 1996년 ‘푸른 제복의 자존심’, 1998년 ‘벼랑 끝에서 다시 하늘을 보다’(청와대 초청 오찬) 외 다수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