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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다양한 삶의 경험, 시어로 풀어내

양석 첫 시집 ‘행복 증후군’
교편 퇴직 후 ‘건설 일용직’
페이소스와 해학이 넘쳐나

 

[용인신문] 양석(본명 양형석) 시인이 첫 시집 ‘행복 증후군’을 현대시학시인선 129로 펴냈다.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고, 퇴직 후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기간제 교사 등으로 몸담아 온 시인이 다양한 삶의 경험에 기반한 사유 가득한 시집을 내놨다.

 

‘쌓여만 가는 가계부채’, ‘죽어야 끝이 나는 형벌’(시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부분)을 외치는 시인은 표제시 ‘행복 증후군’에서 현대인의 허울뿐인 ‘행복’을 시대의 화두처럼 던지고 있다. 시인은 오늘날 현대인이 착각하는 행복의 실체가 머리가 하얗도록 동심을 소유해야만 누릴 수 있는 조건부 행복임을 폭로한다.

 

“나의 기쁨/ 너는// 키는 자라도 마음은 그대로인/ 열일곱 살이어도 일곱 살인// 숨 쉬는 것부터 감동이었던 일상// 변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진/ 머리가 하얗도록 동심을 소유할 너는// 우중충한 먹구름 속에서/ 빼꼼 내민 햇살을 당겨와/ 환하게 펼쳐 놓는 신기한 증후군// 낯섦과 편견이 만든 경계를/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마법처럼 허물어 버리는 당당한 증후군// 작은 것에도/ 크게 감사하는 행복한 증후군// 그 속에서/ 천국을 본다”(‘행복 증후군’ 전문)

 

‘나의 기쁨’인 ‘너’는 양 시인 자신인지도 모른다. 시인은 일곱 살 마음으로 작은 것에도 크게 감사하며 행복을 누리고 천국을 맛보고 있는 스스로를 향해 자조 섞인 역설을 던지고 있다. 어쩌면 양 시인은 먹구름 속 한 줌 햇살만으로도 여지없이 행복하다고 만족해하는 현대인의 소박한 행복 증후군을 안쓰러워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천국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김윤배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양석의 시는 페이소스와 해학이 넘친다. 그의 삶이 눈물겹도록 지난했으며 그의 삶을 이끌어온 용기와 힘이 남다르다. 그러나 폐쇄적 자아의 공간에 갇혀 있지 않고, 그의 시 세계가 무한지평을 향해서 열려 있다. 그곳을 향해서 직진하는 모습이 무한 신뢰를 갖게 한다. 시가 명료하고 투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시집 해설을 쓴 박몽구 시인 겸 문학평론가는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 다의성이 함축된 시어들을 통해 시인의 의도를 집약하고 확산해나가고 있다”며 “소소한 일상사를 소재로 하면서도 지루한 서사로 흐르지 않고 명징한 이미지를 지닌 주제어와 방계 이미지들을 펼치면서 작가의 의도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후반부에서는 우리가 딛고 있는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고용 형태를 소재로 한 시들도 선보이고 있다. 시민사회에 걸맞지 않게 제도화 된 질서, 비인간화 된 노동 현실이 바탕이 되어 있는 시들이 적지 않다"며 "직접적인 언급보다 단단한 이미지의 언어를 통해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있다”고 평했다.

 

“처음부터/ 쓰지 말았어야 했나// 매달 결제해도/ 매달 청구되는/ 신용카드 고지서// 한겨울 응달의 눈같이/ 좀처럼 녹지 않는/ 쌓여만 가는 가계부채// 약속과 달리// 선거 끝났다고/ 하석상대下石上臺 세금정책/ 자고나면 오르는/ 한파보다 더 무서운/ 고물가 고금리 각종 공과금//…//죽어야 끝이 나는 형벌”(‘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부분). 한편 양석 시인은 2020년 '문학·선'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