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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용인신문]‘물명’ 부류별 모아 풀이한 ‘어휘자료집’… ‘한글 100대 유산’ 가치 충분

류희의 ‘물명고의 종합적 검토’ 세미나

물명고의 저술 시기와 저술 성격’에 대한 발표자 오보라 (좌‧고려대학교) ‧토론자 김일권(한국학중앙연구원).

 

물명고의 이본과 상호관계’에 대해 발표한 박꽃새미(좌‧한국학중앙연구원) ‧ 토론자 이화숙( 대구카톨릭대학교).

 

물명고에 기재된 척수와 척도’ 에대 발표한 조영준(좌‧서울대학교)‧ 토론자 홍제환(통일연구원)

 

물명고에 수록된 우리나라 한자 물명에 대한 해석’ 에 대한 발표자 김봉좌(좌‧성신여자대학교) ‧ 정승혜(수원여자대학교).

 

물명고에 수록된 우리말 풀이의 특징에 대한 발표자 박부자(좌‧성신여자대학교) ‧ 토론자 조정아(부산대학교)

 

 

11월 1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전통한국연구소와 어문생활사연구소가 주최한 ‘물명고의 종합적 검토’ 세미나에는 물명고 발간을 앞두고 진주류씨 문충공파 대종회와 진주류씨 목천‧진사공파 종친회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1820년대 류희가 쓴 어휘사전. 5권 1책 필사본. 여러 가지 물명을 한글이나 한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 소장.

 

단순 어휘자료집 아닌 ‘한자어휘분류집’에 속해
표제어 5282개·유의어 4000여개 등 9169개 수록
원본은 행방 불명… 전사본 책들만 현재 전해져
우리말 풀이 특징 음운론적·형태론적으로 접근

 

[용인신문] 한국학중앙연구원 전통한국학연구소·어문생활사연구소가 주최한 ‘물명고의 종합적 검토’ 세미나가 11월 1일 진주류씨 대종회와 진주류씨 목천·진사공파 후원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개최됐다.

 

이날 연구 주제인 물명고(物名考)는 방편자 유희(柳僖1773~1837)가 여러 가지 물명을 부류별로 모으고 한문 또는 한글로 풀이해 편찬한 ‘어휘자료집’으로서 난해하기로 유명하며 국어 어휘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류희는 목천현감을 지낸 용인 모현 출신의 류한규와 태교신기의 저자인 사주당이씨 사이에서 태어난 천재적인 아들로 모현면 마산리에서 출생한 용인의 인물이다.

 

류희는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100여권의 거질 ‘문통’을 남긴 조선의 몇 안되는 농부학자였다. 가난 속에서도 전통시대의 거의 모든 학문인 역학, 수학, 기하학, 측량학, 천문학, 동물학, 식물학, 음악, 의학, 경학, 성리학, 춘추학, 훈고학, 역사학, 예학, 시문학, 음운학 등에 통달하고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겼다.

 

조선후기 최고의 정음학연구서로 칭송받는 ‘언문지’를 남긴 국억학자이며, 우리말 어휘연구서 가운데 가장 귀중한 서적으로 인정받는 ‘물명고’를 지은 박물학자, 어휘학자로 유명하다. 고경 연구에 전력해 ‘춘추’에서 최고의 연구 결과를 낸 춘추학자이기도 하다. 민중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는 시조, 농가, 민요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한역하고자 노력한 국어학자이기도 하다. 이런 업적으로 지난 2000년에 문화부가 10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류희의 글에는 철저한 사료 비판, 풍부한 고증, 치밀한 논증, 구성의 완벽함 등이 돋보이며 이로인해 류희는 조선의 대표적 고증학자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는 기존의 경전이나 성현의 주장을 묵수하지 않고 실증을 통해 진리를 밝혀가는 실사구시적 태도를 지닌 실학자이기도 하여 동아시아 실학사상가 99인에 선정됐다.

 

이날 안병우 원장은 인사말에서 “류희의 물명고는 한글 100대 유산으로 꼽힐만큼 가치가 크다. 그러나 어려운 한문과 한글 고어로 된 물명을 다뤄 읽기가 어렵고 난해해 그간 종합적으로 검토할 기회가 없었다”며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탁된 물명고가 참으로 긴 시간 걸린 연구 결실을 함께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에서는 수년간 물명 연구에 진력해 온 분들의 발표를 통해 물명고의 궁금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다루게 됐다. 풍성한 성과를 공유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물명이 한글 전 분야에 연관된 주제라서 한국학의 토대를 든든하게 다지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 황문환 소장이 대표 필자로 그간 추진한 ‘물명고 역해’(15책) 출간을 앞두고 편찬 경위를 밝히며 물명고의 가치와 의의를 공유했다. 황 교수는 번역과 해설 등으로 구성된 이번 역해서가 본격적인 연구서가 아님을 밝히며 향후 연구를 위한 연구자료라고 말했다.

 

세미나 제1발표는 ‘물명고의 저술 시기와 저술 성격’에 대해 김정민(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표했고, 박용만(충북대학교)이 토론했다. 제2발표는 ‘물명고의 이본과 상호 관계’에 대해 박꽃새미와 황문환(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표했고, 이화숙(대구가톨릭대학교)이 토론했다.

 

제3발표는 ‘물명고의 성격 및 표제어 배열 특징 : 재물보, 본초강목과의 비교를 중심으로’에 대해 오보라(고려대학교)가 발표했고, 김일권(한국학중앙연구원)이 토론했다.

 

발표4는 ‘물명고에 기재된 척수(尺數)와 척도(尺度)’에 대해 조영준(서울대학교)이 발표했고, 홍제환(통일연구원)이 토론했다.

 

발표5는 ‘물명고에 수록된 우리나라 한자 물명에 대한 해석’에 대해 김봉좌(성신여자대학교)가 발표했고, 정승혜(수원여자대학교)가 토론했다.

 

발표6은 ‘물명고에 수록된 우리말 풀이(諺解)의 특징’에 대해 박부자(성신여자대학교)가 발표했고, 조정아(부산대학교)가 토론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물명고의 저술 시기와 저술 성격‘에 대해 발표한 김정민(국학중앙연구원)은 “물명고는 책 제목대로 물명에 대한 고찰의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물은 동식물을 비롯해 일반 자연물인 금, 석, 토, 수. 화를 포함하는 말이다. 물명고는 단순 어휘자료집이 아니고 한자어휘분류집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또 “중국문헌에 나오는 한자 어휘를 표제어로 삼아 분류식으로 편찬한 책이나, 사용빈도가 높거나 생활에서 중요성이 인정되는 한자어일 가능성이 높다”며 “당대 조선의 한문 문헌에서 사용된 것이거나 출현 가능성이 높던 잠재적 어휘였다”고 강조했다.

 

김정민은 “‘장본’(장서각본)을 기준으로 물명고에서는 굵은 글씨의 한자로 적힌 총 5282개의 표제어가 있고, 유의어 4000여개를 합쳐 대략 어휘 총수가 9169개에 이른다”고 했으며 “물명고 저술 시기는 1822~1825년 사이로 좁혀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물명고 책 제목을 물명유고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현존하는 이본 중에 물명유고로 표기된 경우는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물명고를 서명으로 취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박꽃새미·황문환(한국학중앙연구원)은 ‘물명고의 이본과 상호 관계’에 대한 발표에서 “류희의 물명고는 가치가 널리 인정된 책이지만 아직 친필 원본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며“전사본에 해당하는 책들만 현재 전해지고 있는데 일본의 아유카이 후사노신(일제시대 대표적 일본 관학자. 한국어(조선어) 학자이자 역사학자) 소장본, 서울대 가람문고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정양수씨 소장본 등 4종이 전해지며(홍윤표, ‘류희의 생애와 국어학자료집’ 중 ‘류희의 물명고’), 진주류씨 서파유희전서Ⅰ ‘물명고 해제’에서 황문환은 류희 후손가에 소장되다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탁된 1종을 추가로 소개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일석문고에 또다른 이본 1종이 소장된 것까지 합쳐 현재 물명고의 이본은 총 6종이 전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자는 이본의 상호관계를 따져 장본과 국본(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을 중심으로 이본 대비가 필수적임을 밝혔다. 물론 어느것이 더 류희 친필 원본에 가까운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임을 밝혔다.

 

이날 오보라(고려대학교)는 ‘물명고의 성격 및 표제어 배열 특징-재물보·본초강목과의 비교를 중심으로’에 대해 발표했다. “물명고와 본초강목, 재물보의 표제어 배열 순서를 비교해 보면 류희가 사물의 외형적 특징, 생태학적 특징에 의해 사물을 재배열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며 “그래서 물명고 초부 일부 항목에서는 현대의 생태학 분류 체계와도 유사한 분류 형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즉 “류희는 사물을 약재로 인식하는 약용적 관점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 사물 배열에서는 약용 측면보다 외형적 특징, 생태학적 특징에 주목했다”고 했다.

 

이어 물명고가 재물보와 차별되는 지점으로 “물명고는 물명이 혼용되는 사물, 우리나라 고유의 사물, 의학과 관련된 사물을 표제어로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오보라는 “앞으로 물명고 훈석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해 물명고에 드러나는 류희의 자연물 지식 체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봉좌(성신여자대학교)는 ‘물명고에 수록된 우리나라 한자 물명에 대한 해석’에서 “물명고의 범주는 분류 체계를 통해 볼 때 대분류로 생물은 물유정류와 물무정류, 무생물은 물부동류와 물부정류로 나누고, 그 하위 부류에 조류, 짐승, 해물, 곤충, 풀, 나무, 흙, 돌, 쇠, 불, 물을 둬 각 유형에 해당하는 물명을 기술했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방식으로 수록된 물명들은 대체로 본초강목 등 중국 문헌에서 유래된 한자 물명이 많다. 개별 물명의 주해에서 우리나라 문헌의 명칭 등을 제시해 우리나라 물명임을 직접 드러내는 사례도 있으나 수량이 많지는 않고, 한글 대응도 939건을 수록, 총 9168건에 달하는 한자 물명에 비하면 비중이 낮다”고 했다. 그러나 “개별 물명에 대한 주해가 중국과는 다른 우리나라 자연물의 명칭을 고증하고자 하는 노력이 드러나 있다. 한자 물명의 경우 중국의 문헌 내용을 요약 정리하되 우리나라에 통용되는 자연물과의 일치여부를 검토하거나 우리나라의 한자 물명도 함께 제시한 사례가 보인다. 또 한글 대응에는 기존의 문헌 내용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실제 자연물의 특징을 꼼꼼히 따져서 알맞은 한자 물명을 찾고자 노력한 기록들이 있다”며 물명고에 우리나라 자연물의 명칭과 정보를 두루 수록하고자 했던 류희 노력에 주목했다.

 

이날 김봉좌는 “물명고의 기술방식은 새로운 저술의 창작보다는 선현의 저술을 보완하고 고증하는 것을 중시했던 학풍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조영준(서울대학교)은 ‘물명고에 기재된 척수(尺數)와 척도(尺度)’에 대한 발표에서 “류희의 물명고는 일찍부터 국어학 분야에서 주목받아 널리 알려져 연구된 자료”라고 전제한 뒤 “수족(水族) 중심의 도량형 관련 기술의 특징을 살펴 물명고 작성의 근거나 과정에 대해 밝히고자” 시도했음을 밝혔다. “실측이나 조사가 이뤄진 사례는 드물고 문헌고증과 편집에 의존했다”며 “참고문헌이 중국측 기록인 점을 들어 조선시대 생활사를 복원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물명고에 기재된 척수 문제에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물명고 유형의 유서를 저술하는 과정은 조선 특유의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보다도 중국 중심의 지식과 문화를 조선에 보급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박부자(성신여자대학교)는 ‘물명고에 수록된 우리말 풀이(諺解)의 특징’에서 “그간 물명고의 우리말풀이(언해)를 대상으로 한 우리말 연구는 수록된 국어 어휘를 일람해 소개하고 음운론적, 형태론적으로 혹은 어휘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이는 당시 국어 어휘의 특징이나 이를 바탕으로 한 시기적 특징을 살피는 데 매유 유영하지만 다른 문헌과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성격이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물명고의 우리말 풀이는 단순히 한자물명에 대응되는 우리말 물명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명고는 한자물명과 우리말 물명의 대응 관계를 밝히는 논증을 담고 있어서 결론만이아니라 과정이 함께 담겨있다. 이것이 물명을 다루고 있는 ‘영어유해’같은 유해서류나 ‘동의보감’같은 의약서, ‘재물보’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물명고에 보이는 이러한 논증이 우리말풀이에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여러 한자표제어에 대해서도 논증의 과정을 담고 있어 이러한 논증은 물명고 전반적인 특징이며 그 특징이 우리말풀이에 대해서도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재물보가 우리말풀이를 제시함에 있어서 상위어를 중심으로 했다면 물명고는 상위어에 대한 우리말풀이 뿐만 아니라 그 개별 하위어까지 우리말풀이를 제시했다. 그 정밀함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형태에 따른 말의 종류를 소개한 부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위어에 대한 우리말풀이를 얼마나 자세히 촘촘하게 제시하느냐에 있어서 물명고가 독보적이었다”고 했다.

 

이와함께 “재물보나 광재물보와 같은 물명서에서는 유의어에 대한 우리말 풀이는 제시한 예가 없으나 물명고에서는 유의어에 대해서도 우리말풀이에 대해 상고해 반영한 예를 찾을 수 있다”고 했으며 “물명고에서 제시한 우리말 풀이 중에는 관련 문헌, 좀 더 폭넓게 본다면 기존의 어휘자료집에 제시된 우리말 물명과 다른 새로운 우리말풀이를 제시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했다. 뿐만아니라 “물명고에서는 한자물명에 대해 새로운 우리말 물명을 찾아 반영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문헌에서 소개한 우리말풀이 중 맞지 않는 것은 삭제하기도 했다.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올바른 우리말풀이를 찾아 제시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했다.

 

“기존의 우리말풀이를 비판하고 부정했지만 합당한 우리말 물명을 찾지 못한 경우 무리해서 새로운 물명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잘못된 기존의 우리말풀이를 답습하지도 않았다. 간혹 과제로 남겨두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