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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꿈의한림평생학교, 늦깎이 학생들 ‘배움의 열정’ 후끈

성인 문해 교육기관 초•중등과정
60~80대 한글•영어 ‘새로운 인생’

열정을 다하는 황옥자 교장

 

배움의 열기로 가득한 교실

배움의 열기로 가득한 교실

배움의 열기로 가득한 교실

용인신문 | 늦깎이 배움의 꿈을 이뤄주는 꿈의한림평생학교(교장 황옥자)는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하다. 분당 미금에서 최근 수지구 죽전역 부근으로 이전한 이곳은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 학생들로 북적인다. 학생들은 원래 18세부터 입학이 가능하나 주로 60~80대가 많다. 수업료는 무료다.

 

이곳은 성인 문해 교육기관으로 초등과정과 중학과정이 진행되는 평생교육시설이다. 초등과정에는 한글 읽기, 쓰기 등 한글 기초교육을 비롯해 수학, 사회, 자연 등 초등학교 교육과정 3단계 과정을 2~3년간 공부하게 된다. 초등과정을 마치면 학력 인정과 함께 졸업을 하게 되고, 중학교 교육과정으로 이어진다.

 

영어 알파벳과 생활 회화, 여행 회화 등 영어 기초교육도 이뤄진다. 거리 간판이 영어가 많기 때문에 생활 속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 또한 휴대폰 사용법 및 디지털 문해교육도 이행하고 있다.

 

최근 초등 과정 졸업식이 있었지만 중학교로 진학하기보다는 초등 과정에 계속 남는 학생들이 많다.

 

성인 문해 학교 교사를 15년간 한 고지연 교사는 “이분들은 졸업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동병상련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교류를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세요. 물론 계속 공부해서 대학을 진학하는 분들도 계시지만요”라며 “이분들은 설움 속에서 지내셨어요. 한글 모르는 것을 창피하게 여겨 평생 비밀로 하며 집에서 우울하게 지내다가 이곳에 와보고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많자 굉장히 친밀해져서 헤어지기 싫은 거죠”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삶의 활력을 얻을 뿐만 아니라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학생들은 남성도 있지만 여성이 많다. 과거에는 여자가 무식해야 팔자가 좋다거나 여자가 배우면 시집가서 좋지 않다, 시집 가서 편지질 한다는 등 여러 이유로 여성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또 가정 형편상 남자 위주로 공부를 시킨 결과다.

 

황옥자 교장은 “이곳에 나오는 분들 가운데는 열심히 일해서 남부럽지 않은 부를 이루고 살지만 이름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길까봐 모임 등에 마음대로 참여하지 못한 분도 있어요. 교회에서 성경책을 읽으라고 할까봐 교회도 맘대로 못나갔고, 은행에도 마음대로 못 갔던 설움도 크죠. 심지어 사돈끼리 서로 비밀로 하다가 우연히 학교에서 만나 서로 허심탄회하게 교류하고 친해지는 경우도 있어요”라고 했다.

 

이곳은 공부 이상의 것을 하는 공간이다. 공부만 하지 않고 글짓기도 하고, 시화전도 연다. 소풍도 가고 전국적인 문해 학교 축제에도 참여해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60대에 입학해 졸업하지 않고 70~80대가 된 학생들도 많다. 서로 위안이 되고 배우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일반노인들이 노인복지관에 나가는 것과 같다.

 

70~80대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늦은 나이라 배우는 속도가 느리고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에 졸업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는 노인 맞춤형 교육과 노인 심리 등을 공부한 문해자격증 소지자가 맡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성인 문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황옥자 교장은 “초등학교 때 상록수 영화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해야겠다 생각했죠. 문해 학교를 하기 위해 대학에서 법과 행정을, 대학원에서는 평생교육을 전공했고, 박사과정은 교육행정을 했어요”라며 “이곳 학생들은 선생님을 하늘로 여겨 그림자도 밟지 않는 어르신들입니다. 감동이죠”라며 사비로 운영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황 교장은 또 “문해 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글자를 모르니 간판을 읽지 못해 입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자식들이 입학을 시키지만 자식에게조차 비밀로 하기 때문에 입학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죠”라며 “한글 모르는 게 흉이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