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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영유아 보육정책 이대로 좋은가’

선진국, 부모 여건·상황…자녀 정서까지 배려
한국은 미국·영국·독일 등 무늬만 벤치마킹

   

정부가 올해부터 유치원 교육과정과 표준보육과정으로 나눠져 있던 만 5세아 과정을 ‘누리과정’으로 통합, 일원화했다. 하지만 유아교육 및 보육 현장의 불만은 그대로다. 정부지원의 형평성과 교육의 질, 교사 인건비 등 개선돼야 할 부분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 일선에서는 여전히 이원화 돼 있는 교육과 보육정책이 영유아 교육환경 개선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용인신문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육정책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1. 보육, 무엇이 문제인가.
2. 선진국의 보육환경.
3.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책.

   

정부가 오는 3월부터 만 0~2세 아동에게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보육료를 지원하기로 하고, 내년부터 만 3~4세 누리과정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예산을 작년보다 5237억 원 늘어난 1조9080억 원 책정했다.

미취학아동의 무상보육이 궁극적 목표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지난 2010년 여성가족부 보육통계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 중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비율은 △0세 27.9% △만1세 51.7% △만2세 71.2% △만3세 72% △만4세 86.6% △만5세 90.5%이다.

이 통계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연령이 만 2세 때부터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집중돼 있다.

2세 아이를 둔 김민정(29·기흥구·청덕동)씨는 “정부의 육아 지원은 어린이집을 보내는 비중이 높은 5세부터 0세로 내려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연령별로 육아에 필요한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방식도 시설이 아닌 부모에 대한 지원 방식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복지 급여를 지급한다. 어린 자녀를 직접 키우는 부모는 정부로부터 매달 약 164만원의 양육지원금을 받는다. 이와 함께 육아 휴가를 부모가 합쳐 14개월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부모 시간제’도 운영한다.

독일의 보육정책은 가장 현실적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모의 여건과 상황, 그리고 자녀의 정서와 부모의 심적부담 등을 모두 배려한 정책이라는 것.

맞벌이 부부인 조진영(28·처인구·모현면)씨는 “대부분의 전업주부들도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면서, 맞벌이 주부들은 아이를 입학시킬 시설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실정을 토로했다.

보육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짜 복지’의 허점이라는 지적이다.

프랑스 등 유럽지역 국가들의 보육정책을 살펴보면 만0세~2세 영아의 경우 되도록 가정에서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보육시설을 이용할 때는 맞벌이 가구에게 우선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원칙 없는 정부정책 … 포퓰리즘만 난무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은 보육정책의 세계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유명하다.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은 ‘영유아에게 어릴 때부터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해 빈곤의 악순환을 퇴치하자’는 목적으로 지난 1965년 시작됐다.

대상은 저소득층 가정 5세 미만 아동이다. 5세 미만 영유아에 대한 교육의 질과 환경이 인간의 평생교육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0년 현재 미국 전역에서 100만 여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이렇다 보니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에 대한 행정부 및 정치권의 관심도 매우 높다.

실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야당과의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헤드스타트 예산을 끝까지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드스타트 관련 예산은 지난 1993년 27억 달러에서 2010년 81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영국의 슈어스타트(Surestart)는 저소득층 아동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지역밀착형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정부예산을 지자체에 배분, 지역 특성에 따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 즉 보육정책의 큰 틀은 정부에서 만들어주고, 세부적 실행은 지역에서 만들어 운영토록 한 사례다.

지난1998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소득수준 하위 20% 이하의 저소득층 밀집 주거지역에 살고 있는 14세 미만 아동이 대상이다.

이 사업은 간호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초등교사 등 전문가들이 협력해 아이들에게 교육ㆍ보육ㆍ보건 서비스를 제공한다.

슈어스타트 프로그램의 경우 과거 국내에도 도입됐지만 자리잡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슈어스타트를 벤치마킹 한 ‘드림스타트’ 사업을 추진했다.

‘드림스타트’는 아동의 공평한 양육여건과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 등을 목적으로 만12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야심차게 진행됐다.

하지만 사회적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실패 이유에 대해 시설부족과 전문 인력의 부재 등 현실과 동떨어진 복지서비스를 꼽았다. 반면 보육일선 및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정부의 성급한 정책도입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실제 영국은 ‘슈어스타트 프로그램’ 도입 첫 해에는 4세 미만의 아동에 국한해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이후 각종 인프라 확충과 정책의 안정적 연착륙을 유도하며 대상연령을 확대해 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같은 과정을 뛰어넘고 무리하게 첫 해부터 12세 미만을 대상으로 추진한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즉, 표면적 복지만 중요시한 포퓰리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

*민간시설 운영여건 감안한 정책 ‘필요’

선진국의 보육정책이 자리잡을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국·공립 보육시설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지표에서 국·공립 보육시설 비중은 보육복지에 대한 국가 책임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현재 국내의 유아 교육 및 보육시설 비율 대부분은 민간시설에서 차지하고 있다. 국내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은 약 5.3% 수준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시설 수 기준으로 58.5%, 스웨덴은 75%가 국공립 시설이다. 스웨덴의 경우 83%의 아동들이 국공립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보육 선진국들은 일관된 정책 및 정부지원 뿐만 아니라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보육시설 운영의무 등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즉, 부모의 자녀 양육에 초점을 맞춘 환경조성과 정책을 진행 중인 것이다.

영·유아 부모들에 따르면 국내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입소 신청 후 최소1년~3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국·공립 시설 확충 여론이 높지만 실행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여성의 사회진출을 목적으로 민간 보육시설 설립을 신고제로 전환, 최근 10여년 간 민간보육시설 수가 우후죽순처럼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 보육시설은 지난 1997년 IMF 사태 직후 급격히 증가했다. 정부가 노동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여성인력의 사회진출 및 여성 일자리 창출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100년, 200년을 보고 추진하는 보육정책을 우리정부는 불과 10년도 보지 않고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공동취재 <이강우 hso0910@hanmail.net>
<김혜미 haem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