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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문학 신인상 시부문 박혜민양

솔설에 '얼터너티브 인생'의 김문석씨

용인문학 신인상 당선작 시부문 박혜민양 ‘사막에서 길을 잃다’외 2편
소설 부문 당선작 김문석씨 ‘얼터너티브 인생’---12월 1일 시상식

 

   
▲ 김문석
전국공모전인 용인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현재 서울 은광여고 3학년에 재학중인 박혜민양의 ‘사막에서 길을 잃다’외가 당선됐다. 소설 부문 당선작으로는 김문석(수원)씨의 ‘얼터너티브 인생’이 선정됐다.

 

용인문학회(회장 김종경)와 용인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신인상 공모전은 지역의 문학 단체가 실시하는 공모전임에도 권위가 높아 전국의 많은 문학 지망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해마다 응모작수가 늘고 있다.

14회째를 맞은 올해 공모전은 전국에서 다양한 연령층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접수됐지만 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가 많이 줄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응모 편수가 적었음에도 눈에 띄는 작품들이 여럿 있어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응모 작품은 시 167편(동시 포함), 소설 25편, 동화 6편, 수필 4편, 희곡 7편 등 총 209편으로 전체적으로는 작품의 수준 차가 심했다는 평이다.

 

   
▲ 박혜민

 

박혜민 양은 당선소감에서 “공모전 응모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당선이 돼 무척 영광스럽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창작 활동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힌 소설 부문의 김문석씨는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방송통신대학에서 문화교양학과에 재학중이며 문학웹진 ‘젊글’ 편집진을 역임했다.
시상은 오는 12월 1일 용인문학회가 주최하는 약천문학제 행사장에서 갖는다.

*소설부문 당선작은 지면 관계상 게재하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심사평//
시-대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시선
소설-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

이번 공모전 심사는 김종경, 박후기, 안영선, 주영헌(이상 시인) 송영란(소설)씨가 맡았다.

박후기 시인은 심사평에서 “박혜민의 시 ‘사막에서 길을 잃다 외’는 시적 정황을 포착해 끌고 나가는 호흡력이 있다. 대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시선은 다른 투고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묘사가 지나치면 시적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우리는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 심사장면1

 

 

김문석의 소설 ‘얼터너티브 인생’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인생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떠돌며 맛보는 고통과 좌절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심사평에서 “주제가 탄탄하고 쉽게 읽히며 습작 기간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은 적절하게 진행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새롭지 않고 어디선가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의 전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당선작으로 ‘얼터너티브 인생’을 정한 것은 작가가 지닌 문필의 힘이 노력과 함께 분명히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는 평을 들었다.

시당선작 //

사막에서 길을 잃다

박혜민
1.
모래바람이 길 안쪽으로 세상을 밀어 넣는 곳
얼굴에 터번을 쓴 사내들이 구릉지대 위를 천천히
고비를 넘기듯 걸어간다

2.
병실 안 링거액이 노인의 팔을 타고 흐른다.
사막의 모래가 여러 갈래로 나뉘듯
뼈만 남은 살 위엔 주사바늘이 반흔으로 남아있다.
호흡은 마지막을 향해 긴 돛을 펼친다.
숨이 가빠진다. 노인은 몸을 뒤척인다.
창 밖에서 침식된 시간이 건기를 넘어 다가온다.

3.
총알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사람들이 걸어간다.
땅 위로 드러난 총성에 스며들 듯 새겨지는 사막 위의 선
위로 드러난 총구의 불빛과 짧은 우기처럼 사라지는 빗물에
모래알만 사방으로 흔들리고

4.
움푹 꺼진 노인의 눈자위 위로 사막의 없는 계절이 찾아온다.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모래 언덕을 건너는 순례자들의 발자국이 병실 앞에서 서성인다.
병실의 바깥쪽에는 아직도 낙타 몇 마리가 슬프게 울어댄다.
마지막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로 가득 찰 것이다.
총부리를 당기는 손가락처럼 짧았고 그걸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숨가빴다.
사내들은 모래 언덕 위를 타고 올랐다.
몸을 가누는 일로 일생을 마무리한 헐벗은 숨소리들.
그 生을 가늠하는 동안 모래알이 시리게 흩날렸다.
미세한 밀도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끝내 발견되지 못할 것이다.
그 무의식의 한 지점에서 노인은 여전히 사막 위를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