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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학습동아리(회장 이창우)

학교 시설관리주무관들 '가위손' 변신

  


학교내 불편한점 척척 개선 '맥가이버'

이번엔 교정가꾸기구슬땀 '조경마술사'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 '봉사의 달인들'


“‘네잎클로버 학습동아리란 이름으로 지난해까지 15명 회원이 활동했습니다. 올해 파랑새 학습동아리로 개명하며 11명이 다시 뭉쳤습니다. 회원은 각각의 소속 학교에서 대부분 시설관리를 맡은 주무관들입니다. 근무 중 필수적으로 이수해야할 교육청에서 지정한 교육시간을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일에 봉사하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지난 21일 용인중학교 교정에는 조경용 가위를 들고 나뭇가지치기를 하는 사람, 정글에서나 봄직한 커다란 칼을 들고 나무 앞에서 휘두르는 사람, 모터로 바람을 일으켜 계단의 나뭇잎이나 흙먼지를 제거하는 사람, 역시 모터를 이용한 톱을 들고 가지치기를 하는 사람 등 10명이 학교 전체를 요란하게 들썩이고 있다. 파랑새 학습동아리 회원들이 오늘로 배정된 용인중학교에서 청소며 조경을 단장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교육청 소속으로 근무하며 필수적으로 이수해야할 연 30시간의 교육시간을 이수한다는 목적으로 학교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끝에 학교정화를 선택한 11개 학교 주무관들이다. 필수 이수해야할 30시간의 교육이다. 인터넷으로 교육을 받기보다는 우리가 몸에 단련돼 더 잘할 수 있는 것으로 학교를 위한 봉사를 택했다.


물론 처음에는 다른 일도 시도했다. 비가 오면 낙엽이나 쓰레기가 하수도로 쓸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하수구에 그물도 설치했고 당직교사가 야간에 불 켜는 행위의 편리를 위해 스위치에 야광 칠을 제공했다. 또 경칩으로 연결된 시건 장치를 문고리로 바꿔 편리함을 누리게도 했다. 이 모든 행위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학생들의 안전에 반한다는 생각이 들면 즉시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이뤄졌다이런 학습동아리 활동으로 용인교육지원청에서 15~18팀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6팀 안에는 매년 기본적으로 들었고 지난해에는 우수동아리로 지정되기도 했다.


활동을 하다 보니 고정된 시설들은 한번 설치하거나 고치면 오래가지만 꽃, 풀과 나뭇가지, 쓰레기는 계속 곁가지가 자라고 쓰레기는 쌓이고 등 활동의 지속성을 요구했다.


보통 연초에 연간계획을 정했다. 41회를 시작으로 52, 62, 71, 81, 92, 101회 등... 각 학교의 행사를 피해서 봉사날짜를 정한다. 1회 정도면 자라는 나무를 제어할 수 있었고 다른 시설물도 돌아보는데 적당했다. 또 연 5회 정도 정해서 연꽃마을 봉사도 결정했다. 시설을 보완하고 전기를 손보며 편의시설을 점검한다. 물론 시설내부나 건물주변의 환경을 다듬는 일은 기본이다. 의무적으로 이수해야할 시간은 30시간이지만 이렇게 활동 하다보면 100시간을 훌쩍 넘긴다. 하지만 회원들은 모두 만족한다.


파랑새 학습동아리는 양지초등학교 이창우 주무관이 회장을 맡고 백암초등학교 수정분교 엄경용 주무관이 총무를 담당하는 가운데 용인중학교 이덕주 주무관, 백암초등학교 임홍빈 주무관, 백암고등학교 양재찬 주무관, 용인학생야영장 이원복 주무관, 송전중학교 김석근 주무관, 백암중학교 유영철 주무관, 장평초등학교 엄기남 주무관, 상하초등학교 엄대용 주무관과 이날 병가로 참여하지 못한 솔개초등학교 강동문 주무관까지 11명이 회원이다.


40대 중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나이도 골고루 분포한다. 보통 15~35년의 경력을 지녔고 직급도 6급 이상인 주무관이 반 이상이다.


처음 조경을 시작했을 땐 혹시나 작업하고 더 보기 싫어지면 어쩌나 싶어 줄을 띄우고 가지치기 작업을 해야 할 만큼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샌가 띄우던 줄을 없앴고 연산홍은 4~5월에 꽃이 피니까 꽃 지는 때를 맞춰 전지작업에 들어가야 내년에 예쁜 꽃을 볼 수 있다. 쥐똥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보통 생각했던 것 보다 빠르니 가지다듬기를 연 2회 정도 해줘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등 일은 물론 식물의 생리까지 전문가 뺨칠 정도의 숙련도를 자랑하게 됐다.


이런 주무관들의 활동을 알고 각 학교에서는 일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 비치했다. 차례가 된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에서 합류한 회원들이 지참한 기구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료를 댄다.


일할 때 말시키면 싫어한다. 아침에 도착하면 전체를 둘러보며 마음속으로 시간을 맞춰 정해놓은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일일이 말대답을 하다보면 계획이 어긋난다나?


단체사진을 촬영하는데도 무척 오래 걸렸다. 전체 회원을 한곳에 모이게 한 뒤 사진을 촬영해야 하는데 각자 맡은 곳이 있기에 계획한 마음에 어느 정도 흡족해야 모이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한 회원이 오면 다른 회원은 일하던 곳으로 다시 가고... 하여튼, 사진속의 웃는 모습에 약간은 귀찮다는 억지가 섞였다.


어쨌든 다체일심이란 말도 있었나? 파랑새 학습동아리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은 하나다. “우후죽순처럼 시간이 흐르면 맘대로 뻗어 올라가는 나뭇가지를 잘 다듬는 일은, 우선 으슥했던 그늘이 햇볕 잘 통하는 맑고 밝은 공원으로 변함으로써 어쭙잖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또 학교를 찾은 학부모나 여타 손님들에게 첫인상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그저 우거졌던 숲의 공원화 사업쯤으로 생각하면 틀림없다고 말했다.


엄경용 총무는 회원들의 정년이 가까워 옴에 따라 지금처럼 형, 아우하며 편하게 지내던 시간이 그리울 것이라며 모두 일을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회장은 어느새 정년이라며 새로 오는 회원을 마치 오래된 회원처럼 적응시켜서 파랑새 학습동아리의 끈끈한 정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