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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마추어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사진아마추어


사진아마추어

포토마추어는 무엇을 할 수 있나

 


포토마추어란 프랑스의 사진 사학자 지젤 프로인트가 저술한 <사진과 사회> 15장의 제목으로 사용한 단어이다. 쉽게 생각해봐도 사진아마추어라는 뜻의 합성어이다. 그녀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할애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많은 예술 중에서도 사진이 굉장히 큰 규모의 아마추어를 형성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만으로도 우리나라에 판매된 DSLR(디지털 SLR카메라)5백만대 이상이며 사진을 취미로 여기는 사람은 10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인구들이 사진이라는 취미에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하루 동안에 찍어내는 이미지는 수천만장에 달할 것이고 덩달아 그것을 후처리하고 저장할 컴퓨터의 수요도 만만찮을 것이다. 여러모로 사진은 분명 대규모 산업이라 할만하다.


이들은 사진판을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들이야말로 사진을 대하는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 전업이 아니기에 소수만이 모여 탁상공론을 벌이는 전업사진계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문화전반에서 사진의 위상을 읽어내는데 유리하다. 이들이 카메라를 사들이고, 책을 사고, 작가들의 작품을 콜렉션한다. 그 아마추어의 일부는 매우 부유해 사진미술관을 만들고 작가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마추어들에 의해 사진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갤러리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아마추어사진가들이 폭증하면서 현대미술로서 사진이 인정받게 된 시기와도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아마추어들이 사진문호의 후원자로만 남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즉 스스로가 프로 사진가가 되려는 현상이다. 프로사진가라해도 전에 하던 스스로의 본업을 접은 것은 아니다. 본업은 유지하면서도 프로사진가를 꿈꾸는 투잡의 시대인 것이다. 그것이 어찌 가능할까? 사실 그것은 타 장르의 예술을 비춰 봐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수많은 문학인들은 전업이 아니다. 교사, 출판사 에디터 등을 하면서도 작가로서 명성을 유지하는 경우는 흔하다. 미술 역시 그렇다. 그런데 왜 사진은 투잡이 힘들었을까? 아마도 사진이 갖고 있는 현장성 때문일 것이다. 그곳에 가지 않고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작품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첫째, 현대 사진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사진가도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성을 오히려 아마추어들이 갖고 있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면 고고학자나 건축가 의사 등일 것이다. 이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전문분야에서 사진을 익혀 작품화해 유명세를 얻는 경우가 출현하고 있다. 두번째는 디지털의 발전으로 새로운 시각이미지를 컴퓨터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작가의 상상력과 비전이 현실에서 추출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진정한 포토마추어의 탄생이 우리에게는 디지털의 발전과 함께 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단순한 기록에서 예술까지 사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아마추어의 역할이 증대되는 현상은 음악이나 미술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지젤 프로인트가 지적한 것처럼 사진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의 모든 계층에게 똑같이 받아들여 진다는 점이다. 생산과 소비가 이렇게 민주적인 예술 장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