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사람 중심의 용인’ 집 앞 네거리에 붙은 현수막의 문구다. 고3이 된 막내가 처음으로 대형 학원에 등원하는 날이었다. 새벽 2~3시 까지 입시 공부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딸은 토요일 아침 7시 50분에 알람을 맞추고 잔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입에 밥알을 걸치고 가는 막내를 데려다 주었다. “오늘도 화이팅!” 응원을 보내고 뒤돌아섰다. 빵 굽는 냄새가 나를 휘감았다. 그 유혹에 빠지려는 순간, 23번 버스가 도착했다. 여느 버스와 다르게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기사님은 미금행에서 구성행으로 표지판을 바로 바꾸며 뒤를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빵 드실래요? 집사람이 구운 빵입니다.” 거절할 수가 없어서 받기는 했지만, 깔끔한 기분은 아니었다.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와 달리 빵을 건넨 기사님은 행복해보였다. 라디오의 볼륨을 올리는 아저씨의 미소는 아침햇살이 가득 내려 앉아 눈부셨다. 가을의 아침 찬 기운을 싸악 가시게 하는 따스함이었다. 이런 따스한 미소가 낯설지 않았다. 미러 속 아저씨의 얼굴을 계속 응시했다. ‘아!’ 10년 전 용인으로 이사 왔을 때 큰아이에게 빵과 김밥을 주었던 버스기사님이다. 그날
[용인신문] 인구 100만이 넘는 자치단체는 한 명의 부시장을 더 둘 수 있습니다. 수원과 고양, 그리고 용인시가 해당됩니다. 민선시장들은 그동안 제2부시장을 외부 인사를 임용하는 게 상례였는데 용인시장은 시청출신 공무원을 제2부시장으로 발탁했습니다. 정치인 출신이나 외부인사가 발탁된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었고 신선한 일이지요. 정규수 신임부시장은 과장시절 저와 함께 일했던 공직자입니다. 용인시에서 일할 때입니다. 시장의 부름을 받고 시장 실엘 들어가자마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며칠 전, 찾아왔던 시의원과 민원인이 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그 민원인이 시의원과 함께 사무실을 찾아왔었지요. 그리곤 다짜고짜 “담당과장, 계장이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민원을 잘 살펴 달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조성린과장과 함께 아파트를 짓겠다는 현장을 돌아보았지요. 사업대상지 대부분이 산이나 계곡인데 한 여름이고 가뭄이었는데 곳곳에 샘이 솟아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비지땀을 흘리며 현장을 돌아보고 내려왔더니 민원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엔 적지가 아닙니다.”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하고
[용인신문] 처인구에 있는 오래된 종합운동장을 (가칭)센트럴파크로 개발한다는 소식에 처인구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기존에 계획되었던 복합문화단지가 아닌 공원화 계획에 아쉬움도 크지만, 무허가 건물이 개발된다는 소식에 한편으론 반갑기도 합니다. 백군기 시장님 말씀대로 센트럴파크 개발과 함께 경안천도 아름답게 정비되길 바랍니다. 평일 저녁과 주말이면 자주 걷는 경안천은 현재 편의시설 부족과 관리 소홀로 인해 매우 불편한 실정입니다. 그런데 종합운동장 공원화에 앞서 걱정스러운 것은 센트럴파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어설픈 공원 부지입니다. 그리고 자칫 관리 소홀로 불량청소년들과 노숙자들의 쉼터로 전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백군기 시장님! 처인구민들은 공원화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단순하게 공원만이 아니라 노후된 공공기관인 처인구청, 중앙도서관, 도시공사를 포함한 처인구 보건소 등 공공기관이 함께 들어서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저 그런 흔한 평지형 공원이 아닌 처인복합행정타운 같은 공원으로, 용인의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용인도시공사에 종합운동장 개발 관련 문의를 수차례 하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늘 용인시와 협의 중이
[용인신문] 아이들을 데리고 용인공용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탄 적이 있습니다. 처인구에서 출발해 기흥구와 수지구를 한 바퀴 돌아 공항에 도착하니 어느 덧 두 시간, 아이들은 보채다 지쳤습니다. 경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환승을 하려니 더 험난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백군기 용인시장님과의 간담회 자리가 있어서 이 이야기를 드렸더니 “앞으로는 멀지 않으니 경전철 타고 환승해서 구성역 플랫폼 시티 가서 타세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인구 고림동에 사는 제 입장에서는 해결책이 아니었기에 공감이 가질 않았습니다. 저야 경전철을 타면 그나마 30~40분 정도 걸리겠지만, 경전철이 좀 멀리 있는 처인구민이 구성역까지 가려면 한 시간은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인구에 산지 5년이 되었습니다. 수지구에 살다가 처음 이곳에 방문했을 때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터미널을 보고 운영은 하는 곳인지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정찬민 전 용인시장님께서 현 종합운동장을 터미널로 개발한다고 하셨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이제는 버스 이용이 편해지겠구나!”였습니다. 터미널을 한 번 밖에 이용하지 않았지만 다시는 이용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 성
[용인신문]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은 정부에 대한 신뢰하락,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에서 오는 정치적 무력감이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다. 미국사회의 이 같은 현상은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던 자유헌정철학이 국가 단위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국가주의적 성격으로 변화하면서 증폭되었다. 인본주의적 경영의 창시자 메리 파커 폴렛 교수는 “민주주의의 성공은 무감각한 숫자로 평가되지 않으며, 진정한 개개인의 순수한 연합을 의미한다”면서 정답은 ‘순수한 연합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며 진정한 개인은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는 정책의 진정성은 담보하지만, 합의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소요되는 비효율성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정당정치는 내 편만 되면 모든 게 수월해 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정당정치로 인해 단순 거수기가 돼 버린 개인의 힘은 자율성과 자치능력을 상실하며 대의민주주의를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옳고 그름보다는 어느 정당의 말인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수이건 진보이건 다르지 않다. 정당 내 개인의 창의적 힘은 역적 짓이 되어버리고, 호위무사들의 언변은 공인의 품격을 훼손한 지 오래다. 최근 용인공
[용인신문] 용인공영터미널 문제로 처인구가 뒤숭숭하다. 기존 터미널을 현 위치에 재건축하겠다는 용인시 입장 때문이다. 과연 시민들과 처인구민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먼저 묻고 싶다. 혹여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감정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도 말이다. 1960년 생인 내 어릴적 기억 속 용인터미널은 기차역(수여선) 언저리였던 현 처인구청 앞쪽(합승 버스정류장)에 있었다. 이후 김량장동 술막다리 일원과 현재의 위치를 오가며 몇 차례 이동이 있었다. 그러다가 현재의 터미널은 1992년 지금 위치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많은 시민들이 용인의 첫 관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끄럽다고 입을 모은다. 인근 주변 도시는 물론 지방 군소도시 터미널과 비교해도 매우 낙후되었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종합운동장으로 이전한다던 터미널 문제가 한동안 뜸했었다. 그런데 별안간 종합운동장을 공원으로 만들고, 터미널을 그 자리에 증축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발표가 지금 왜 나오는 걸까, 터미널이야 이전이든 증축이든 필요하다고 치자. 그런데 종합운동장을 무슨 ‘용인센트럴파크’로 공원화 한다는 건 더 뜬금없는 소리 아닌가. 금싸라기 같은 자리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 더 어처구니
[용인신문] 9월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펼쳐진 제3회 머내마을영화제는 10개의 마을공간상영관에서 24개 세션으로 20편의 장편, 6편의 단편, 16편의 1분영상이 상영됐다. 코로나로 1‧2회보다 관람객은 작았지만 내용은 더 깊고 다채로웠다. 이번 영화제 역시 집행위원회부터 동네무비큐레이터의 영화선정, 마을주민의 1분영상제작, 저작권협의, 홍보, 개폐막 연출/무대감독/사회. 방역 등등 거의 대부분을 4개월여간 소통을 거쳐 100여명의 마을사람들이 직접 해냈다. 3회 영화제의 특이점을 꼽으라면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백군기)가 처음 구성되어 외연이 확장되었고 청년위원회가 만들어져 ‘영화제 속 영화제’를 운영하는 등 새로운 감각이 가미되었다는 점이다. 영화제 직전에 코로나 2.5단계가 왔고, 준비했던 플랜C를 가동하게 되었다. 플랜C는 24개 세션 모두 사전예약을 받아 철저히 관람객을 10인 이내로 줄이고, 개폐막제는 동시상영관을 만들어 각 상영관과 관람객을 줌, 유튜브 생중계로 연결해 내는 것이였다. 소수만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상영관을 줌과 유튜브 생중계로 연결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고립을 넘어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용인신문]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를 제공하는 팔당상수원. 그 수원지는 바로 용인시 처인구 해곡동 곱든골에서 시작된다. 봄이면 진달래와 벚꽃은 물론 각종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여름이면 녹음방초의 싱그러움과 가을이면 오색 찬란한 단풍경이 강원도 설악을 방불케 하는 곳. 팔당상수원 발원지의 물을 따라 형성된 운‧호‧곡(운학동, 호동, 해곡동)은 3개의 법정동에 11개의 마을로 형성돼 있다. 한 골짜기 안에 길게 늘어져 있는 운호곡은 해실리를 시작으로 별미. 예직이. 외어둔. 내어둔. 길업이. 장재미. 구람말. 별학이. 먹거리(묵동). 삼삼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내가 어려서는 냇물도 먹고, 미역을 감으며 채소 먹거리를 씻어 먹던 청정 지역이다. 80년 중반까지만 해도 용인 읍내에서 여름 무더위를 피해 피서지로 찾았던 곳. 피서객들이 붐벼 다리 밑이나 나무 밑은 자리 잡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경제발전의 흐름에 따라 가축농장과 축사가 생기고 군부대가 들어왔다. 또 공장과 전원주택이 들어서면서 하천이 오염돼 피서객이 없어졌다. 당연히 물고기도 잡아먹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과 용인시에서 상수원보호개발 정책에
[용인신문] 코로나 19 이전에는 개인, 집단, 가족, 지역사회로 구분이 되는 대면 서비스가 중심이 되었지만, 코로나 위기에는 정부 지침에 따라 서비스의 중단, 폐쇄, 휴관, 거리두기 등의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사회복지 실천기관들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사회복지 기준에 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이다. 이러한 논의 중 필자는 변화를 위한 답을 마을(동네)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읍면동 지역사회 보장협의체 활동에 주목한다. 우리나라 공동체 지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다. 이런 공동체 지수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는 보건복지예산 및 서비스의 지속적인 증가를 위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찾아가는 서비스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서비스 공백을 위해 2015년부터 각 읍면동 단위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구성 운영 중이다. 협의체는 지역의 문제와 욕구를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한 방향 등을 논의하는 민·관 협치 기구로 지역 내 촘촘한 사회연결망을 통한 21세기형 공동체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2019년 기준으로 687가구 1106건의 사각지대 대상자를 발굴했다.
[용인신문] 용인에 정착한지 햇수로 6년이 된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단지 경치가 좋고 평화로워 보인다는 느낌만으로 터를 잡고 집을 지었다. 산을 깎아서 만든 단지형 마을에 열일곱 번째로 입주했다. 저녁이면 마을 사람들과 마당에 둘러앉아 고기도 구워 먹으면서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엄두를 못 내던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는 사이, 가구 수가 점점 늘어나서 이제는 40여 가구가 되었다. 숫자가 불어나다보니 누구네 집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을 지내면서 마당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귀찮아져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근처 고깃집을 가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6년이란 짧지 않는 시간은 이웃 간에 정뿐만 아니라 미움도 쌓게 했다. 크고 작은 다툼을 지혜롭게 풀지 못해서 서로 먼 산 보듯하는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주민 회의를 하다가 얼굴을 붉히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다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은둔(?)하는 이웃도 생겼다. 마을이 고지대에 있어서 겨울에 눈이 오면 함께 단지 내 가파른 도로의 눈을 치워야 하고, 여름에는 잡초를 뽑는 등 마을 청소를 공동으로 해야 한다
[용인신문] 못다 한 설움을 토해내듯 줄기차게 비가 내린다. 속이 타서 까맣게 변해버린 농부들의 마음을 알고나 있는지 긴 장마는 그칠 줄 모른다. 우리 동네는 저수지가 세 개나 있다. 동네를 둘러 쌓고 있어 많은 비가 내리면 주민들 모두가 불안해한다. 30년 전 겪었던 그때 일들이 생각나서 그럴 것이다. 원주민이 많아 지금도 그때 일을 비 오는 날이면 자주 하곤 한다. 오랜 염원이었던 새집을 짓고, 살림살이가 들어가던 날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가구며 부엌살림을 정리하고 있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양동이로 퍼붓는 것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내리는 비는 순식간에 농경지를 휩쓸어서 갔고 낮은 지역 주민들은 집들이 물에 잠겨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 물바다가 되어버린 동네는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인명피해도 컸다. 한집에 두 아이가 흙 속에 묻혀 생명을 잃고 서해에서 시신을 건져 오기도 했다. 그때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 친구도 목숨을 잃는 일이 있었다. 무너진 토사 더미를 헤치고 미친 듯이 달려가 자식을 끌어안고 오열하던 그 아이의 엄마가 생각난다. 자식을 묻어두고 쓸쓸히 떠나던 그녀의 뒷모습이 아직도 아프다. 그런 황당
[용인신문] 지난밤도 잘 지냈구나! 화초들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오늘 하루를 연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2주간의 거리두기, 봄의 끝자락이라도 보자며 서로를 격려하며 칩거생활로 들어간지 벌써 5개월째다. 꽃을 좋아하는 내가 제주도의 거대한 꽃밭을 갈아엎는 것을 보며, 가슴 아린 시선으로 2020년의 봄은 그렇게 훌쩍 지나갔다. 어쩌다 누군가를 만나고 오는 날이면 노파심에 2주간을 걱정으로 보내야 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노모를 만나러 가는 것조차 꺼려졌던 시간이 요즘은 서서히 풀려가고 있다. 일상화 되어버린 마스크 착용으로 입과 코 주변에 알레르기 증상까지 생겨서 평상시대로 생활하려면 후끈하게 여름다운 여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의 생명력은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 같아서 척박하면 척박한 대로 뿌리를 내리려는 습성이 있다. 답답한 마음은 모두 같지만 시간을 아주 밝게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덩달아 환해진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쫓는 출구는 다양하다. TV방송 연에 프로에서 코드가 맞는 가수의 열정 팬이 된다든가 산행이나 반려동물 키우기 등등 각양각색 나름의 어려움 속에서도 삶을 즐기는 방법을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