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70 모든 건 다 날씨 탓이다?고 우기면 된다! 날씨의 맛 ◎ 저자 : 알랭 코르뱅 / 출판사 : 책세상 / 정가 : 16,800원 영국 유학생들이 한 번씩은 다 겪게 된다는 우울증, 그 이유의 상당부분은 날씨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만나면 날씨로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일기 쓸 때도 날씨는 필수요소로 배웠고 편지의 자연스러운 인사말은 날씨로 하라고 배웠다. 우리 선조들은 그날의 일기에 따라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했다. 그건 터무니없는 미신이 아니었다. 근거 있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종합한 경험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알랭 코르뱅을 비롯한 열 명의 학자들이 날씨에 대한 사람들의 감성 변화를 추적했다. 날씨와 인간 감정에 관한 폭넓은 정보와 에피소드가 담긴 책이다.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이런 기상현상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섬세한 감각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된다. 일상에 무뎌진 감성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게 해주고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새롭게 해석하게 해 주는 매개체가 날씨인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기상학적인 관점에서 본 날씨 이야기라기보다 개인의 감정이나 느낌에 관한 섬
최은진의 BOOK소리 69 사진 한 장에 담긴 사랑의 방식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 저자 : 전몽각 / 출판사 : 포토넷 / 정가 : 28,000원 기억과 망각 사이에 사진이 있다. 잊혀져가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 숨 쉬게 하는 사진, 한 장의 사진이 담고 있는 것은 과거의 한 순간이지만, 그것이 되살리는 것은 그 순간을 감싸고 있는 시간에 대한 감정이다. 윤미네 집의 가장이자 남편이고 아버지였던 고 정몽각 선생의 가족을 향한 사랑이 담긴 사진집이다. 사진을 사랑했던 아버지는 딸이 태어나 시집가기까지의 사진들을 모아 사진전을 하고 이렇게 책으로 펴냈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자면 뛰어난 기교도 없고 구도도 완벽하지 않을 사진들. 하지만,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불어오는 이미지는 완벽하게 우리가 사랑했던 시절을 재생시킨다. 수 백 페이지의 글보다 더 힘이 센 사진 한 장이 여기 있다! 아내와 함께 이십 육년을 삼남매를 키우며 함께 겪었을 많은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의 시작은 사랑하는 아내에게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따로 붙여 넣어 묶은 마이 와이프 편이다. 손녀와 함께 잠든, 할머니가 된 아내의 모습을 보며 눈물 흘리는
최은진의 BOOK소리 68 선악의 경계가 사라진 잔혹동화의 매력 빨간 구두당 ◎ 저자 : 구병모 / 출판사 : 창비 / 정가 : 12,000원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답고 따뜻한 동화가 아니다. 위저드 베이커리로 이미 잘 알려진 구병모의 단편소설집. 안데르센 동화와 그림형제 민담 등을 토대로 여덟 편의 동화를 새롭고 낯설게 펼쳐 보인다. 살아오면서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지만, 뒤틀린 변주로 우리를 당황케 한다. 모티브를 동화에서 따왔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악의적인 해석과 도발적인 문체를 덧입힌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를 유혹한다. 나쁜 짓을 엿보는 불편하면서도 짜릿한 심리를 저자는 잘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어둡고 위험한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행복해 보이는 삶의 이면을 들춰보면 항상 비루하고 뒤틀린 모습이 존재하니까. 우리가 아는 빨간 구두 아가씨의 빨간 구두가 여기서는 쾌락과 욕망의 상징이 된다. 색이 존재하지 않는 마을에 빨간 구두를 신고 나타난 소녀. 춤을 멈출 수 없는 끔찍한 저주에 걸린 소녀의 구두에서 빨강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존재하지 않았던 감각과 감정을 알아가는 사람들. 흑백의 세상에서 도발적인 빨강은 묘한 흥분을
최은진의 BOOK소리 67 삶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축제처럼 즐겨라! 무의미의 축제 ◎ 저자 : 밀란 쿤테라 / 출판사 : 민음사 / 정가 : 13,000원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밀란 쿤테라의 14년만의 신작. 우리는 태어나는 것조차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졌고, 삶은 무의미로 가득하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의 소중함, 사랑의 가치에 대한 짧지만 무게감있는 이야기다.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깊고도 성숙하다. 삶은 하찮고 무의미한 것이라는 다소 대담한 전제가 이 책의 밑바탕이 되지만, 실상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무의미한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무의미로 점철된 삶일지라도 인정하고 사랑하고 주체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단순하고 독특한 소설 기법으로 우리는 설득시킨다. 140여 쪽 남짓한 분량의 짧은 소설이라 가볍게 책을 들기 십상이지만 생각보다 페이지가 더디게 넘어간다. 쉽게 읽고 넘길 수 없는 무게감 있는 문체와 문장 하나하나가 주는 깊이 있는 사유 때문이다.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남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진행되는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파고든다. 배꼽이라는
최은진의 BOOK소리 66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을 보여주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저자 : 박민규 /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 정가 : 8,500원 프로야구에 미친 사람들은 진정 미친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다? 인생의 축소판 같은 야구장을 삶에 대입해본다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을 저자는 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에 인류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가장 완성된 야구에 관한 이야기다. 살아남기 위해 치기 싫은 공을 쳐야하고, 잡기 힘든 공을 전력질주를 해서 잡아야 하는 지금 우리의 현실과 꼭 닮아 있는 야구를 소재로, 한 소년이 중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꿈을 위해 세상과 타협하고 자본주의에 제대로 물들었다가 야구를 통해 삶의 진짜 의미를 찾게 된다는데. 이 과정에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이 핵심이다. 프로야구 원년 팀 중 하나인 삼미 슈퍼스타즈는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던, 승률이 대개 2할을 넘지 못했던 전설의 팀이다. 작가는 어이없어 보이는 이 팀의 야구를 통해 자기수양이라는, 한때 야구와 함께 존재했던 가치를 우리에게 환기한다. 우승과 승리를 목표로 줄달음치는 프로의 세상에서 오직 자기수양을 위한 야구를 한
최은진의 BOOK소리 65 삶의 본질을 묻고 답하다 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 저자 : 성철, 법정 / 출판사 : 책읽는섬 / 정가 : 13,000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대중의 스승으로 자리매김한 성철과 법정의 만남. 상상만 해도 주의가 엄숙해지는 기분인데, 그들의 대담집이라니 얼마나 대단할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들게 된다. 두 사람의 강한 내공이 서로 대면했으니 어마무시한 법문, 혹은 한순간에 우리를 깨우쳐 주는 속시원한 현답이 나오리란 기대를 하고 읽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삶의 진리란 늘 평범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것이라는 정도는 우리 모두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물처럼 향기처럼, 은근하고 잔잔하게 우리를 스며들게 한다. 약하다는 게 아니다. 강한 어조로 말하지 않아도 책장을 덮고 나면 가슴에 큰 돌 하나를 얹은 듯 묵직한 기분이 든다. 먼저,책을 시작하며라는 법정의 글로 책을 열고, 자기를 바로보라라는 첫 번째 이야기, 처처에 부처이고 처처가 법당이네라는 두 번째 이야기, 그리고 네가 선 자리가 바로 부처님이 계신 자리로 세 번째 이야기를 들려준다. 끝으로 한 덩이 붉은 해가라는 법정의 글로 책을 마무리한다
최은진의 BOOK소리 64 비루한 현실에서 피어난 곰팡이꽃같은 그녀를 응원한다! 뜨겁게 안녕 ◎ 저자 : 김현진 / 출판사 : 다산책방 / 정가 : 13,000원 도시에서 산다는 것,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서울이라는 도시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처절하게 보여주는 여자,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김현진이다. 너무 분주해서 누가 죽든 살든 상관 않는 도시에서 그녀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이 악물고 살아냈고, 현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하찮고 시시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들이지만 많은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다. 아, 우리도 이렇게 살고 있는데, 그래도 이렇게 누추해지지 않고 초라해지지 않고 살 수도 있구나 하고. 그녀의 모든 이야기는 거리와 골목에서 시작되고 끝이 난다. 거리는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어서로 시작되는 서울의 달 아래,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뜨거웠던 날들이여, 뜨겁게 안녕하고 말할 수 있게 해 준다. 청춘이어서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남루해 보이지 않는 공간이 되는 집이 있다. 그곳은 화려한 빛으로 반짝이는 거리가 아니다. 평생을 벌어도 보통 사람들이 엄두
최은진의 BOOK소리 63 진실은 우리 모두 거짓말쟁이라는 것!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 저자 : 로버트 펠트먼 / 출판사 : 예담 / 정가 : 15,000원 부모가 되고 아이에게 거짓말은 정말 나쁜 거라고 가르쳤는데, 그토록 순수하던 내 아이의 입에서 첫 거짓말을 듣는 순간 너무 놀라 아이를 다그치기도 하고 밤새 고민해봤던 경험, 부모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러는 우리도 사실은 밥먹듯이(가끔이 아니다!)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말하는 책이 있다. 30년간 거짓말을 연구한 심리학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거짓말에 관한 모든 것을 파헤친다. 거짓말에 관해 당신이 믿는 것은 모두 거짓이다.라며 마음의 가면 속에 감춰진 진실에 다가설 수 있게 도와주는 훌륭한 거짓말 지침서(?)라 할 수 있겠다. 10분에 세번 거짓말이라니! 조금 과장하면 입을 열 때마다 거짓말이 줄줄 따라서 나온다는 것인데, 이게 철저한 실험에 의한 데이터라니 놀랍다. 또 거짓말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의 친분과 소통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며, 거짓말로 누군가를 속이는 것이 생각보다 쉽다는 사실 등 거짓말에 관한 통념이 뒤집힌다
최은진의 BOOK소리 62 주머니에 넣어두고 다니다가 한 번씩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들 웬만해서 아무렇지 않다 ◎ 저자 : 이기호 / 출판사 : 마음산책/ 정가 : 12,500원 곶감 빼먹듯 하나씩 빼어내서 한입씩 베어 물면 좋을 달달한 간식같은 이야기들로 무장한 짧은 소설. 한번 맛보면 저도 모르게 손이 가는 추억의 과자처럼 자꾸만 펼쳐보게 만든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생각나게 하는 그의 소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서 받은 첫 느낌처럼 제목에서부터 심오한 유머가 연상된다. 영국 작가 토마스 모어가 죽음을 앞둔 단두대에서 내 수염은 잘리지 않도록 하시오. 그건 죄가 없으니라고 한 농담이 연상되는 건 심각한 상황에서도 생생한 삶의 웃음을 선사하는 주인공들 때문이다. 웃고 싶은가, 울고 싶은가, 그럼 이기호를 읽으면 된다는 소설가 박범신의 말처럼 이 이야기들 속에는 눈물과 웃음이 농담처럼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다. 40편의 특별한 짧은 소설로 소개된, 아주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힘은 무시할 수가 없다. 우선 작가 이기호의 말을 들어보자.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남편이 나를 제거하러 온 외계인이라면? 휴먼 - 어느 외계인의 기록 ◎ 저자 : 매트 헤이그 / 출판사 : 아이세움 / 정가 : 14,000원 때로는 나를 가장 모르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 한 번씩 해봤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을 잘 모른다. 그래서 여기 인간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고도 섬뜩하리만치 정확하게 파악하여 기록한 외계인이 있다.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수학적 발견을 한 천재수학자 마틴 앤드류의 모습으로 지구에 나타난 외계인의 인간에 대한 기록은 친절하게도 냉엄하고 정확하다. 마틴의 위대한 발견과 관련된 자들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고 지구로 온 외계인 보나도리아인의 눈에 인간보다 더 외계인스러운 생물은 없다. 그리고 그의 기록은 유한한 삶의 의미와 무의미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사랑이나 가족 따위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감정없는 그들은 완전무결한 수학적 삶을 추구한다. 낯설고 생소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인간의 아내와 아들을 죽여야 하는 주인공. 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생겨나면서 그 임무는 실패하게 된다. 그가 죽여야 했던 아내와 아들이 지켜주고 싶은 존재로 변화하는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 식상하지
최은진의 BOOK소리 60 상실과 과잉, 뭐가 더 불행할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저자 : 올리버 색스 / 출판사 : 알마 / 정가 : 17,500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남자? 이 흥미로운 제목의 책은 광적인 편집증 남자가 주인공인 소설, 혹은 엉뚱하고 기괴한 판타지일거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기 십상이지만, 이 책은 임상사례를 모은 논픽션이자 철학을 담은 인문학서이다. 저자인 신경정신학자 올리버 색스는 “인간이 어떤 부분을 상실하거나 손상당한 상태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적응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총 4부 24편의 이야기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상실, 과잉, 이행, 단순함의 세계 등 4부로 주제를 나눠 그와 관련된 사례들을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게 들려준다. 특정부분이 결여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상실편과 과잉 공급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상상조차 못할 특
최은진의 BOOK소리 59 지금, 당신의 추억을 아름답게 고쳐 드릴게요~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천재 시계사와 다섯 개의 사건 ◎ 저자 : 다니 미즈에 / 출판사 : 예담 / 정가 : 12,000원 “시계는 오래 사용할수록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시간 그 자체가 된다” 그렇다. 시계는 인간이 만든 단순한 기계에 불과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담기게 되면 복잡해진단다. 거스를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데 일본 작가 다니 미즈에의 이 소설을 읽다보면 시간의 횡포를 비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해진다. 한때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인적이 드문 낡은 상점들의 거리에 가슴 아픈 추억을 수리해주는 천재 시계사 슈지와 미용사 아카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판타지 소설. 누구나 한가지쯤은 꽁꽁 숨겨놓은 아픈 기억이 있을 터. 다정다감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슈지와 일과 사랑에 권태를 느끼고 그 옆으로 이사 온 아카리는 사람들의 추억을 수리해 주게 된다. “과거는 변하지 않아. 그러나 수리할 수는 있어”가 이 책의 핵심 주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