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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

임병선(용인제일교회 담임목사)

[용인신문]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공부 잘하기를 원한다. 그건 바로 우리 자녀들이 그들의 인생을 좀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지금 우리가 하는 이 방식의 공부를 시켜서 그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좋은 직장에 취직시킨다고 해서 그 인생이 정말 잘살게 될 수 있을까? 부모가 그 자녀의 인생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진짜 공부, 제대로 된 인생 공부를 어릴 때부터 시켜야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원래, 공부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것이 아니다. 공부는 한자로 ‘工夫’라고 쓴다. 이것을 한국말로 읽으면 공부가 되고, 중국말로 읽으면 쿵푸(gōngfu)가 된다. 쿵푸의 한자는 엄밀하게 따지면, 功夫지만, 원래는 무술공부(武術工夫)라는 말에서 뒷 단어 공부를 강조하여 쓰여진 말로, 발음과 의미적으로 한국의 공부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기술이나, 지식, 무엇인가를 익히고 배워서 체득하는 모든 것을 가리키는 말이 중국어 쿵푸이고, 우리 말로는 공부가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예전에 공부, 쿵푸를 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그것을 배우고 익혔는가? 우리가 많이 봤던 예전 중국 영화를 떠올리면 된다. 강호의 세계에서 나쁜 사람들에게 부모를 잃고, 혼자만 살아남아 도망친 주인공이 그들을 물리치기 위한 비법을 배우고자 한다. 그래서 그 비법을 찾아 이 곳, 저곳을 헤맨다. 그러다가 결국 그 비법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그에게 그 비법을 전수해달라고 요청하며 말한다. “스승님, 저를 당신의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그러나 그렇게 만난 사람은 먼 길을 찾아온 그 사람을 제자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말한다. “너는 나의 제자가 될 자격이 없다” 그 말을 듣고 포기하는 사람은 결코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거부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당에 앉아서 3박 4일, 아니, 일주일 이상 무릎을 꿇고 자신을 받아주기를 기다리며 참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스승은 무시하는 것 같으면서 힐끗 힐끗 쳐다보고, 그 노력에 감복하여 결국 그를 제자로 받아준다. 그리고 그 비법을 완전히 전수할 즈음, 스승은 그 제자에게 말한다. “이제 하산하도록 해라”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공부의 원래 의미이다. 어떠한 한 가지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한 인간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고난과 역경, 그 핍박과 견딤, 그 멸시와 구박을 이겨내고 심신이 온전해지고, 그 토대 위에 지식과 기술이 익혀지는 것이 진정한 쿵푸, 공부인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 공부가 사라지고 암기와 기술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성은 어떻든 말든, 몸이 어떻게 되든 말든, 정신이 어떻든 말든 암기만 잘하고, 시험을 잘 치루는 기술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 거기에 어떤 인격적 관계, 어떤 예의, 어떤 삶의 태도, 스승과 친구과의 관계,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당장 시험만 잘 보게 하고, 족집게처럼 딱딱 집어주면 되고, 그것을 외워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익혀진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정말 중요한 순간 영향력을 줄 수 없는 지식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공부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것 조차 우리 인생을 배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나님 앞에, 자연 앞에 인간의 그 좁은 지식과 얕은 기술로 다 할 수 있다는 교만함과 착각을 버리고, 더 겸손히 하나님과 자연 앞에 인간 본연의 자리를 깨닫는 시간이 된다면, 이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삶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 성공을 위한 비법만을 쫓는 공부가 아닌, 인생을 배우는 진짜 공부가 우리와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약력: 극동방송 용인동탄지회 지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