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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김삼열(칼빈대학교 신학과 교수)

[용인신문] 추운 겨울이 또 한 번 지나갔다. 어리둥절하며 보내버린 시간 속에 어김없이 연초록 나뭇잎들이 돋아났다. 해마다 3월의 첫 학기가 시작할 때면 내 마음속 설렘도 함께 찾아온다. 이번엔 어떤 신입생들이 학교에 입학했는지, 또 어떤 학생들을 만나게 될지 등을 생각하면 설렘으로 기대감이 커진다.

 

학생들이 학기를 시작할 때면 학교도 가정도 분주해진다. 이 학생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학업에 즐겁게 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들의 마음도 바빠지는 시간을 보낸다.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어려움들이 되도록 아이들에게 허락되지 않기를 바라고, 혹은 이미 주어진 어려움 앞에 있는 아이들이 잘 뛰어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실어 주려 노력해본다.

 

매 새학기마다 찾아오는 이 분주함 속에서도 묵묵히 수고하는 사랑의 손길들을 느낄 때마다 내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본다. 우리의 삶에는 언제 ‘시작’이 찾아왔을까? 시작이라는 단어가 낯설진 않았는지, 나이를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그저 쳇바퀴처럼 흘러가는 세월과 어깨동무를 한 채 모든 것들을 바라만 보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는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이미 수많은 시작들이 함께 했음에도, 제대로 중요하게 바라보지도 않고 지나쳐버렸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크고 작은 ‘시작점’들은 늘 함께 있었다. 그러나 마음의 소리와 응원과 격려의 소리를 듣지 못해 지나쳐버린 순간들이 많았다. 조금은 안타깝고 아쉬운 그 세월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에게 맡겨질 시간과 이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오늘은 오늘의 해가 뜨며 시작하듯 우리의 아침도 함께 시작한다. 우리는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시작할 수 있는 신호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시작의 끝이 어떠할지 내가 잡은 시작의 끈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발판이 되어 준다.

 

크고 작은 일 중, 어떤 일이든지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담대하게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라 말하고 싶다. 거대한 계획이 아닌 사소한 일상의 것이라 하여도 말이다. 실패의 기억들 혹은 무료한 일상이라 일컫는 그 순간들이 우리의 희망찬 시작과 도전들을 때때로 어둡게 만들어 힘을 잃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빛을 잃지 말고 그 생동감이 흐르는 그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른다면 우리 자신의 하루가, 우리의 가정이, 삶의 환경 속에서 소소한 여유와 큰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힘은 지금과 같은 고립된 시기 속에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원동력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것이 어렵고 외롭게 느껴지는 이 시기가 지나가고 평범한 것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는 그 때를 기다리면서 더 건강하고 단단하게 나아가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을 갖추게 해주리라.

 

어려울 때일수록 장애물이 많다고 여겨지는 법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감과 함께 나의 연약함을 확인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연약하지 않다. 생명의 힘은 그 어느 것보다 강하고 질기듯이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이 공기가 평범하게 드리워진다면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나의 일상을, 그리고 그 무언가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