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불알
박이도
하늘엔 구름조각
대지엔 감자꽃
바다엔 고래 이빨을 한
차디 찬 파도가 일어선다
흰 구름은 사라지고
흰 파도는 부서지나
농부가 수놓은 감자꽃은
유월의 한 복판에서
흰 감자 불알을 품고 있다.
*한국일보신춘춘문예(1962)로 등단. 시집<폭설>,<바람의 손끝이 되어>,<을숙도에 가면 보금자리가 있을까>등
감자 불알
박이도
하늘엔 구름조각
대지엔 감자꽃
바다엔 고래 이빨을 한
차디 찬 파도가 일어선다
흰 구름은 사라지고
흰 파도는 부서지나
농부가 수놓은 감자꽃은
유월의 한 복판에서
흰 감자 불알을 품고 있다.
*한국일보신춘춘문예(1962)로 등단. 시집<폭설>,<바람의 손끝이 되어>,<을숙도에 가면 보금자리가 있을까>등
아직 쓸만하다 정영자 햇살이 잠깐 흐트러지는 시간 동백꽃이 툭 숨 거두는 순간 그들을 놓치지 않으려 낡은 몸 기대며 관람중이다 넓거나 왜소하거나 등 받쳐주며 가슴에 갑골문자 새겨 넣던 나무의자 관절염이 도져 떼어낸 다리 하나 잠깐 잊었다 삐딱 몸무게가 줄었거나 늘었거나 작은 변화에도 중심을 잡지 못해 엉덩이가 덜컹 땅에 닿아도 별일 아니라는 듯 전봇대에 등 기대고 앉은 풍경 지팡이에 기댄 몸 내려놓으며 엉성하게 뼈의 지문을 새긴다 망치로 두드리는 손 하나 나서기까지 아직 쓸 만하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용인문인협회 회원 시집: 『어쩔래 미쳤다』 『모서리의 실체』
누구나 해변은 거닐고 싶어 한다 정인선 가랑비도 커피 향을 맡아가며 젖어들고 있나봐 멧새가 흘리고 간 깃털에 남은 초침의 울림이 뭉그러질 때까지 비는 내리겠지 청춘열차의 기적쯤은 남겨둬야 할 텐데 과거라는 이력서에 파도가 있어 물보라까지 지우고 다닌 해안선을 따라 갈매기의 발자국이 낙관처럼 찍혀있는 그곳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들어 있는 거야 연서도 있을게고 떠들썩한 소음도 있겠지 해변은 바다가 삭제 할 수 없는 언어들을 알고 있는 거야 밟을 때마다 각도를 따라 들리는 소리가 다르거든 모두가 다른 이야기들이니까 거기에 가면 지나온 우리가 있는 거지 만나게 되는 거야 강원도 삼척 출생. 2008년 「문파문학」 등단. 시집 『잠깐 다녀올게』, 『거기』 『오른쪽이 무너졌어』
감자 불알 박이도 하늘엔 구름조각 대지엔 감자꽃 바다엔 고래 이빨을 한 차디 찬 파도가 일어선다 흰 구름은 사라지고 흰 파도는 부서지나 농부가 수놓은 감자꽃은 유월의 한 복판에서 흰 감자 불알을 품고 있다. *한국일보신춘춘문예(1962)로 등단. 시집<폭설>,<바람의 손끝이 되어>,<을숙도에 가면 보금자리가 있을까>등
오월의 사랑 김광숙 웃고 있다 하얀 모란이 무엇이 그리 좋아 아침부터 눈웃음 눈꼬리에 걸어 놓고 살인 미소 날린다 자줏빛 옷을 걸친 또 한 여인 매혹적인 자태로 그윽한 향기 후우 네 코끝으로 불어넣는다 오월의 아침 햇살이 따사롭다 사랑스러운 모란꽃 여인들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사랑을 오월의 하늘에 활짝 펼쳐낸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꽃을 피운다. 프로필 2018년 시부문 등단 현대시선 정회원 시집 ‘나의 사랑은 현재 진행형’ 외 동인지 다수
없다 배종영 늙은 노파는 헐렁한 옷 사이로 보이는 말라비틀어진 젖가슴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가려야 할 성별은 한참 전에 이미 다 빠져나가 더 이상 여며 감출 게 없는 여성, 헐렁한 한 여름 더위를 걸치고 얼마 남지 않은 여자에게서마저 빠져나오고 있다 앞마당 꽃밭에 조금 나누어 주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에게 또 조금 나누어 주는 여자라는 뒤끝이 세상 모든 생의 시작점으로 다시 흩어져 간다 한때는 흘러넘치던 모성의 징후들이 바짝 마른 말투를 타고 마른 줄기처럼 얽히고 있다 다다를 곳 다 다다르고 이제 몇 군데 남지 않은 곳을 향해 아무런 성별도 없는 늦가을이 간다 여성이 떠난 빈자리 꽁꽁, 문을 닫아걸 것이다 배종영 약력 고려대 법대 졸. 호미문학상, 천강문학상, 아르코 창작기금, 청송 객주 문학상, 성호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 <천 권의 책을 귀에 걸고> <사유하는 팔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