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같이 지내는 친구가 아프다. 벌써 엿새째. 잘 먹지도 못하고 열이 높다. 여행다니며 아파본 기억이 있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아플 때 가장 서러운데. 그 와중에 다투고 말았다. 내 잘못이라고 느껴졌다. 누군가와 부딪치고 내가 잘못했다고 느끼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문제가 생기려 하면 피해가고 그냥 놓아버리곤 했는데 이번엔 내가 고집을 부려서 생긴 일이었다. 부끄러웠다. 부끄러울때면 정말 어디로 숨고 싶고 시간을 되돌려서 한 행동들을 주워담고 싶다. 신뢰를 잃었을 때는, 막막하고 고치는게 가능할까 싶다. 미안한 마음과 섞인 불안함과 체념 그리고 다짐. 지난것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애써 생각해본다.
용인신문 | 잠시동안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호주로 돌아왔다. 다시 찾은 서울은 어색했다. 고작 호주에서 두달밖에 지내지 않았지만, 벌써 집처럼 익숙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지난 두달간 두개의 페스티벌, 여러 다른 사람들, 그리고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얻었다. 눈을 뜨면 몇 보 걸어 계곡에 뛰어들어 잠을 깨고, 하루의 흐름에 따라 청소하고 밥을 하고 음악을 듣는 이 삶이 좋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기분은 참 이상했다. 한국에서 상상할 수 있었던 일반적인 삶과 얼마나 멀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곧 지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여행을 나선다. 매일의 풍경이 바뀌는 자동차에서의 삶. 기대된다!
용인신문 | 어렸을 때 싫어하던 버섯전골을 이제는 좋아하게 되었듯, 시간이 지날 수록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그림 그리고 만들고 하는 것이 즐거웠었지만 요즘은 그다지 그렇지 않다. 슬럼프라기 보다는 밖으로 내보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없어서 내부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더 단순한 것을 찾고, 큰 생각이나 고민이 없다. 이 변화가 퍽 반갑다. 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던 내가 밖을 향해 보여주지 않아도 평안하고 안정적인 나로 변했다. 내가 알던 친구 중 가장 외향적이었던 친구도 요새 나랑 비슷하다고 한다. 왜 이렇게 바뀌었지하고 질문하는 게 아니라 바뀌어 가는 모습이 반갑다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어 기쁘다.
용인신문 |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올해 92세, 작년부터 계속 몸이 안좋아지셨으니 일년 반정도 아프다 가셨다. 후다닥 들어왔지만 먼 곳에 있었던 탓에 입관 후에나 도착했다. 그래서 그런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시 뵐 수 없는건 슬프지만 여러 기억들로 내 안에 남아계시고, 배움을 주셨기 때문에 괜찮다. 할아버지보다는 혼자 남게 된 할머니가 걱정된다. 매일을 같이 보내던 배우자가 없어졌을때 얼마나 허전할까. 호주에서 친구들과 꼭붙어 두달 살다왔더니 나도 혼자 지내는게 어색하다. 밥을 같이 챙겨먹고, 농담하고, 각자의 일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생명은 모두 죽음을 향해 간다. 이왕이면 그 전까지 하루하루 웃을거리를 찾아 소소하게 지내고 싶다.
용인신문 | 호주는 참 묘한 곳이다. 깊은 역사적 상처와 모순이 공존하는 땅. 겉으로 보면 호주인은 그저 맥주와 농담을 즐기는 사람들 같지만, 사실 그 속엔 복잡한 고민이 있다. 오래전부터 이 땅에 흐르던 원주민의 이야기와 이주민으로서 겪는 단절감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땅에서 이어진 문화가 지워진 나라. 수천 년 이어진 원주민 문화가 지워진 자리에는 일종의 문화적 침묵이 남았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정체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호주인 친구는 다르게 이야기 했다. “호주인은 마치 깨끗하게 비어 있는 그릇과 같아. 뭐든 담을 수 있기에, 세상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우리만의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어” 그래서 그런가, 여행했던 다른 나라들보다 내 자신으로 있기가 편안하다. 문화의 용광로, 퓨전의 나라.
용인신문 | 나는 계속 무언가를 바라고, 바란 것이 이뤄진 공간에서 다른 아쉬운 점을 찾아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서핑을 하고 싶었고, 다른 걱정 안하고 그림을 맘껏 그리고 싶었고, 맛있는 밥을 먹고 싶거나, 친구가 사귀고 싶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바랐던 그것을 다음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때는 이 장소에 없는 것을 그리워하거나 바라는 것을 반복해 왔다. 그래서 편안하게 순간을 즐기기보다 찾아 헤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으면서 계속 움직이는. 엉덩이를 가만히 두지 못하고 들썩들썩했구나. 일 년간의 여행을 되돌아보며 생각했다. 앞으로는 다음을 생각하지 말고 현재 더 집중해야지. 걱정하지 않는 법, 가장 필요한 것이 정확한 타이밍에 내게 온다는 것을 경험했으니 여기 없는 것을 아쉬워하지 말고, 내 주변을 잘 가꿔야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 이후로는 물이 흐르듯, 매일이 즐겁고 편안하다.
용인신문 | 어제는 전원이 꺼지듯 잠들었다. 피곤했나보다. 느리게 아침을 시작한다. 요새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해가 뜰 때 일어나서 집중해서 일하고, 잠시 쉬고, 점심을 만들어 먹고, 잠시 힐링한 후 다시 일하러. 하루하루 알이 꽉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잠시 의식하지 못하면 쉽게 지칠 수 있으니 꼭 걷거나 충전하는 시간을 보내서 내 에너지를 잘 돌봐야한다. 해 뜰 때 일어나는 거 정말 좋다. 자연이 깨어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흐름에 올라타기 쉽다. 새가 지저귀며 깨어나는 소리 후 살짝 조용해진다. 그러면 나도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다시 시작이다.
용인신문 | 새해에는 두프에 다녀왔다. 두프 문화는 오지에서 열리는 전자음악 페스티벌이다. 수백대의 밴라이퍼들과 캠퍼들이 모인다. 민가가 없는 허허벌판에서, 큰 스피커와 스테이지를 만들어 음악을 즐긴다. 멀리서 들으면 둥둥거리는 소리만 들리지만, 가까이 오면 수많은 소리들이 함께 느껴진다. 발 아래서 느껴지는 진동과 음악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춤을 춘다. 시드니 근처까지 9시간을 운전해 갔다. 하루만에 갈 수 있는 거리인가 했는데 호주 친구들은 오래 운전하는 것에 익숙한 듯 했다. 내려가는 길에는 고라니가 뛰어들 듯 캥거루가 뛰어들었다. 캥거루는 강해서 차와 부딪치면 차가 부서진다고 한다. 다들 멋진 옷을 차려입고, 쨍쨍한 햇볕 아래서 음악은 계속된다. 72시간 멈추지 않고 바뀌는 디제이들. 검고 카키색과 사막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스테이지에서 춤을 춘다. 스테이지는 나무로 만들어져, 모든 곡들에 시시각각 바뀌는 색으로 일렁인다. 동물이 되었다가, 문양이 되었다가, 해체되었다가 재결합한다. 그렇게 해가 뜬다. 2026년. 올해는 멋진 해가 될것 같아.
용인신문 | 모험가 장진하가 아직 호주에서 원고가 안와서 땜빵 원고입니다. 혹시 늦게라도 들어오면 교체하겠습니다. 2026년 붉은 말의 기상처럼 용인은 세계 반도체 심장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허나 진정한 도시는 마천루가 아닌 ‘사람’의 온기로 완성됩니다. 산업적 성취 위에 인문학적 품격을 더해, 시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상생의 도시를 꿈꿉니다. 용인신문은 흔들림 없는 정론직필로, 격변의 파고 속에서 중심을 잡는 시민의 등불이 되겠습니다. 새해, 희망찬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용인신문 임직원 일동
용인신문 | 내게 1월 1일은 언제나 겨울이었는데, 올해는 여름이다. 여름의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내가 나를 의심하게 만든다. 익숙한 것을 완전히 뒤집어 버려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새 해의 해도 매일의 해와 같겠지만, 의미가 다르다. 어두운 밤 집을 나와 졸린 눈을 비비며 어디론가 이동해 새로운 해를 기다리는 익숙한 반복이 올해는 없다니. 길게 늘여진 한해가 새해를 보러가는 행위를 통해서 맺음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 그것이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나의 마음이었다. 동이 터오고, 어두웠던 하늘이 밝아지고, 이렇게 밝아진다고-싶을 때 빠알간 해가 지평선에서 나타난다. 그럼 주변 사람들에게서 작은 탄성이 나오고, 그 후로는 가장 집중하는 3분을 보낸다. 올해는 어떻게 살아봐야지. 하는 다짐도 한다. 먼 곳에서, 건강과 안녕을 빈다. 새해에는 바라는 일 모두 이루시고 건강하시고 사랑을 표현하는 한 해가 되기를. 모든 날이 오늘만 같아라- 하는 날들이 계속되기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용인신문 | 저는 호주에 왔어요. 햇살이 강해서 낮에는 따듯하고, 하늘은 가을하늘처럼 쾌청해요. 저녁에는 초가을같이 조금 쌀쌀해요. 살기 좋은 날씨예요. 어제는 청소를 했어요. 땅 주인이 55년 전에 이 집에서 태어났대요. 직접 돌로 지은 지 오래된 집인데 방치된 지 30년 됐대요. 타일로 된 바닥과 스테인리스로 된 주방, 창이 가득한 거실이 따듯한 느낌을 주는 집이에요. 그런데 오래 돌보지 못해서 엉망이었어요. 2층에는 책들과 살림살이들, 가구들과 레코드가 널브러져 있었어요. 다 끄집어내서 먼지를 털고, 하나하나 닦았어요. 호스를 끌어와서 물로 온 벽과 천장, 나무로 된 마루를 씻어내고 비질을 했어요. 그러고 보면 물로 청소하는 법을 처음 가르쳐준 건 할아버지였네요. 물청소를 마친 집은 상쾌하고 밝아졌어요. 할아버지에게 통 좋은 소리를 못 들어봐서 언제나 무섭게 느껴졌는데 - “일찍 일어나라, 인사를 크게 해라, 짧은 옷 입지 마라,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자가 요리를 할줄 알아야지, 결혼은 할 거냐….” 다 어디가서 대접받고 지냈으면 한다는 걱정의 말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저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농담으로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사실 설날과 추석이면
용인신문 | 밥 없이도 여행할 수 있다며 큰소리를 떵떵 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쌀을 먹고 싶다. 몸에 밴 습관이 무섭다. 쌀밥을 먹어야 먹은 것 같다던 어른들의 말이 몸에서 느껴진다. 밥이 최고야. 익숙한 맛을 찾게 된다. 일본에서 지낸 집에서 매일 요리를 했다. 즐겨 하는 요리는 볶음고추장과 미역국. 좋은 조합이다. 기름을 두른 팬에 작게 썬 양파와 마늘, 야채들을 볶다가 고추장과 된장을 일대일 비율로 넣는다. 색이 변할 때까지 약한불 위에서 천천히 젓는다. 이후에 셋으로 나눠서 빻은 견과류/코코넛/깨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참기름으로 마무리. 미역국도 미역만 가지고 있다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여행 중 한식을 해 먹고 싶다면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깨는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