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호주 사람들은 약간 틱틱대는 아저씨들 같다. 바로 친해지기는 어렵지만 신뢰를 쌓다 보면 인정해 주는 분위기. 한번 마음을 열면 이래저래 챙겨준다. 언어가 다르니 처음엔 몇 번이고 못 알아들었다. 말하는 속도가 빠르기도 하지만 쓰는 표현도 완전히 다르다. 자기 상황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고 최고의 칭찬이 “괜찮네!”인 느낌. 떠날 때가 되니 괜히 고맙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매번 떠나는 여행자로서 이런 마음이 들 만큼 고마운 사람들이 생겼다는 건 기쁜 일이다. 고마웠어!
용인신문 | 멀리 있으니,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아플 때,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집에 같이 살 때는 서로 티격태격하기 일쑤였는데 멀리 있으니 애틋해진다. 한 달에 한 번쯤 안부 전화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 하는 게 소중하다. 날이 갈수록 부모님의 시야를 더 이해하게 되면서, 더 감사해졌다. 오늘 아침을 차려 먹으며 전화했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평소에는 감사를 표현하기 부끄러워서 잘 전하지 못하지만, 이번 달에는 더 자주 전화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용인신문 | 나의 첫 배낭여행, 18살 태국. 그때도 가방 한쪽에는 텐트가 있었다. 텐트와 매트, 침낭은 어딜 가나 먼저 챙기는 필수품이었다. 작년 일본에서 해먹캠핑을 하는 친구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큰 부피를 차지하는 텐트 없이, 작은 매트와 해먹으로 캠핑을 하는 방식이다. 텐트는 언제나 평평한 노면을 찾아야 하고, 추울 때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 때문에 좋은 매트가 없으면 춥다. 해먹에서 자면 허리가 아프지는 않을까 궁금했던 나는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냈다. 해먹캠핑은 나무나 구조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호스텔에서 지낼 때도 해먹을 걸 장소만 있으면 나만의 편안한 공간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그 이후로 시도해 본 해먹캠핑. 놀랍게도 텐트에서 자는 것보다 허리가 더 편안하다. 여러 번 시도해 보며 적절한 각도를 찾아야 한다. 모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구가 필요하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작은 짐을 유지하기 최고여서 한동안은 해먹캠핑을 고수할 것 같다.
용인신문 | 페스티벌에서 그림 그리기 워크샵에 참가했다. 오랜만에 그리는 캔버스 그림. 한시간을 어떻게 진행할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참여했다. 그림에 자신 없는 참가자들도 모두 이끌고 갈 수 있는 스킬을 배웠다. 진갈색의 아크릴 물감을 묽게 만들어 필름으로 캔버스에 문지른다. 산호같기도 하고 비같기도 하고 나무와 돌같기도 한 헝상이 만들어지고 어느순간 멈춰 어떻게 보이나 관찰했다. 그 안에서 보이는 것들을 더 확실하게 만들어 나가는 방법. 그리고 싶은 것이 없을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 좋았다. 다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 자기 기술을 나누는 사람들은 밝게 빛난다.
용인신문 | 시드니 근처 블루마운틴에 왔다. 절벽과 유칼립투스 나무가 가득한 이 산은 무려 5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름처럼 새벽에 보면 파란색으로 산이 보인다. 우리 셋은 캠핑할 만한 동굴을 검색했다. 관광객들이 그리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을 찾았다. 삼십 여분쯤 걸어 도착한 동굴, 전에 온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작은 모닥불 자리가 있었다. 다른 방향으로 뚫린 입구는 노을과 별을 충분히 보여줬다. 호일로 싼 감자와 고구마를 굽고 가벼운 파스타를 해 먹었다. 지난 몇 달간 사람을 계속 만나느라 힘들었는데 며칠간 조용히 자연에 머무르니 편해진 것 같다.
용인신문 | 눈을 감고 제시어를 주면 그것이 그림 혹은 사진처럼 그려지는 사람이 있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과’라고 한다면 나는 머릿속에 사과가 그려진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책을 읽으면서 펼치는 상상의 나래가 그렇게 즐거웠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의 성격과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나는 온 세상 사람들이 그런 줄 알았다. 귀가 특화된 사람들을 만났다. 소리들을 잡아내고 재미를 느끼는. 내게는 보이지 않는 음악의 층들을 선명히 보는 사람. 높은 음들이 어떻고, 낮은 음이 어떻다며 눈을 빛내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각자의 세계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그 세계를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가 보다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