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일본의 마츠리에 왔다. 네팔의 기도깃발인 룽따가 걸려있는 이곳. 전파도 터지지 않는 오지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에 왔다. 캠핑하며 지낸다. 밥을 해먹고,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잼에 참여하고, 새로 오는 사람을 맞는다. 저녁에는 공연을 보고 모닥불가에서 맥주 한잔.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계곡에 몸을 담근다. 시골집에 놀러간 기분. 여름방학이구나~ 싶은 여행이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수다를 떤다. 언어가 중요하지만 또 중요하지 않았다. 몸짓 발짓 손짓으로 보이는 마음들. 같이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궁금해하고, 들어주고. 어딜 가도 서로 환영해서 좋았다. 차 마시는데 옆에 앉으면 나눠주고, 밤에는 작은 모닥불들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나눴다.
용인신문 | 침묵. 빈 공간. 머릿속에서도 끊임없는 소리가 들린다.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내가 편안한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필요한 것은 사실 물건이 아니라 침묵일지도, 이곳에 존재하고 지금 나의 상태를 확인하기. 필요한 것을 하고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기.
용인신문 | 이번 여름에는 제철 식재료들로 자주 밥을 해먹기로 했다. 팽이버섯 4개에 천원, 방울토마토 한팩에 3천 원 정도니 친구들이랑 한 상 차려 먹어도 만원이면 충분하다. 매일매일 요리를 하면서, 조금씩 늘어간다. 요리는 귀찮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즐겁다. 몇 가지 필승소스 레시피를 알고 있으면 후다닥 밥 해 먹는데 20분이면 된다. 볶거나 굽거나 끓이기 중 하나만 결정해서 한가지 요리랑 같이 먹는다. 조금의 도전이 있으면 더 즐겁다. 리조또를 할 때 우유 대신 두유를 넣어본다거나 토마토 절임을 만들 때 복숭아를 같이 넣는다거나 해본다. 요리하는 여름, 새로워.
용인신문 | 요즘은 “뭐 하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게 어렵다. “이거저거 하는 사람입니다~” 하고 슬쩍 넘어간다. 다들 서른이 되기 싫어하는 것 같은데 나는 삼십 대가 기대된다. 스무 살 초반엔 불안정하고 알고 있는 게 너무 부족하고, 그래서 어찌할 바를 못 하고 그냥 주저앉아서 울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훨씬 낫다. 불안은 언제나 있겠지만, 그때는 경험이 많이 쌓였을 테니까. 내가 대처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을 테니까. 점점 나아지고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한걸음!
용인신문 | 기간이 짧기도 했지만, 매 여행 때면 가서 글도 쓰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고, 매듭도 하고 싶을 것 같아 조금씩이라도 바리바리 챙기곤 했다. 이번엔 아이패드 하나로 모든 걸 해보자! 하고 가져간 아이패드. 그리고 일기장. 어딜 가든 그림을 그렸다. 요즘은 그림의 밀도에 대해 생각한다. 다 끝난 것 같을 때 한 번 더 보고. 곳곳에 시간을 쌓아 놓는 것. 에잇! 끝났다 하는 게 아니라 꼼꼼히 마지막까지 챙기는 태도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한 번의 터치보다는 시간차를 둔 두세 번의 손길.
용인신문 | 학교 다닐 때는 길게 이야기 나눠본 적 없던 선생님이 차를 태워 주셨다.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는데 이 대화가 정말 흥미롭고 재밌었다. 선생님은 그사이 6권의 책을 쓰셨고, 주 5일 새벽수영을 하고 첼로를 켜며 살고 계셨다. “내가 있을 장소를 많이 만들어 둘수록 삶이 다채로워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 곳에서만 자신을 표현하기엔 우린 다양한 모습을 가졌으니까. 뭐든 한 사람, 한 공간을 통해서만 나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 친구랑은 그림 이야기를 할 때 재밌어. 저 친구랑은 경제·돈이야기 할 때 말이 통해. 돈은 이걸로 벌고 저걸로 쓰자! 등등…. 무엇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을 만날 때 가장 기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