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시 사상 첫 주민발의 조례가 전국 지방의회에 소개되는 등 우수사례로 높게 평가 받고 있는 것과 달리 해당 조례 제정에 따른 후속 조치는 더딘 모습이다.
용인시가 조례에 명시된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상위법령 제·개정 등이 늦춰지면서 실효성 있는 안전 정책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용인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및 안전 조례’에는 △민관 협의체 구성 △청소년 안전교육과 집중단속 및 홍보 △전동킥보드 없는거리 조성 △무단방치된 PM 민원접수 시 즉시 견인한 뒤 견인료와 보관료 부과 △PM사고 보상보험가입 등이 명시돼 있다.
시 측은 최근 조례에 명시된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증진 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올해 하반기 중 자전거도로 정비 및 개인형 이동장치 거치 구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8월까지 경찰 및 교육청과 함께 민관 협의체룰 구성, 유관기관 합동 단속과 안전 이용 홍보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 중 무단방치 된 킥보드 등에 대한 견인 및 요금부과와 불법주차 단속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시민보험 가입 및 ‘전동킥보드 없는 거리 조성’ 등을 한다는 구상이다.
△ 관련법안 국회 계류 중
문제는 이 같은 계획 중 실효성 있는 정책들의 추진이 쉽지 않다는 부분이다. 자전거 도로 정비 등 이용 인프라 개선과 킥보드 없는 거리 조성 및 유관기관 합동 홍보 등을 가능하지만, 단속이나 견인 및 과태료 부과 등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시와 경찰의 설명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용인지역에는 총 5개 사업자가 약 4030여 대의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영 중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장치 자전거에 해당, 만 16세 이상 취득 가능한 원동기 면허 등 운전면허증을 소지해야 이용할 수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법 규정을 근거로 청소년 무면허 운전 및 성인들의 음주 운전 등에 대해 단속 및 처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단속 권한이 없는 상태다. 특히 견인 및 불법주정차 단속 시스템 개발 등은 현행법상 근거가 없어 단속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 현 도로교통법상에는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주‧정차 위반 과태료 부과 규정이 없다. 때문에 킥보드 등이 지정된 장소에 거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단속할 근거가 부족한 상태다.
다만, 지정된 거치 장소가 아닌 곳에 방치된 킥보드 등이 교통상 위험이나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견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의 해석이다.
즉, 경찰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자체 위탁 기관 차원의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또 있다. 헬멧 등 안전장비 착용 미이행에 따른 단속도 지자체 차원에서는 할 수 없다.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를 비롯한 원동기장치 자전거 등의 안전장구 착용은 의무이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경찰만 가능하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 국회에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법률안을 상정했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중‧고교생들이 무면허로 헬멧 등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킥보드 등을 이용하더라도, 경찰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이를 제지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 청소년 이용 환경 최소화 ‘절실’
이처럼 청소년들의 불법 킥보드 이용 단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의 킥보드 관련 사고는 이어지는 모습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수지구 지역에서 청소년이 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 상황이 또 발생했다.
학부모들은 최소한 학교 주변에 방치된 킥보드 등에 대한 견인 및 강제 이동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 학부모는 “중‧고교 학생들의 하교 시간에 학교 인근에 킥보드 등이 다수 놓여 있는 모습을 자주보게 된다”며 “학생들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기흥구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최근 학생들의 킥보드 사고 소식을 들으며 학교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하지 말라고 지도하지만, 강제로 제지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수지구의 한 고등학교 정문 인근에 세워져있는 킥보드 모습(독자제공)
청소년 2명이 킥보드를 함께 타고 터널을 지나고 있다(독자제공)
청소년 2명이 함께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모습.
청소년 2명이 함께 킥보드를 타고 도로를 역주행 하고 있다.(독자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