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필부가 아닌 권좌에 오른 남자를 망치는 길은 크게 셋으로 결정된다. 술과 권력과 미인계다. 이 중에 하나만 해당 되어도 그 어떤 권력자라도 망가지기에 충분하다.
월 나라 왕 구천은 자공의 외교전략에 넘어가 오나라를 치게 된다. 이때 쏜 화살이 오왕 합려의 엄지손가락에 맞음으로 이것이 화근이 되어 오왕 합려는 죽는다. 그가 죽으면서 아들 부차에게 유언하는데 “아비를 죽인 원수는 월왕 구천”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아들 오왕 부차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월왕 구천을 쳐서 승리한다.
전쟁에 패한 월왕 구천은 살아남기 위해 미인계를 쓰는데 절세미녀 서시를 오왕 부차에게 바치는 것이 그것이다. 미녀 서시를 본 오왕 부차는 경국지색도 잊고 넋을 잃어 망국의 길로 간다. 이틈을 놓치지 않고 월왕 구천은 복수를 한다. 이것으로 월왕 구천은 춘추오패의 마지막 패자가 된다.
물론 오나라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제왕세기십팔사략의 기록에 따르면 하나라 걸왕은 주지육림을 만들어 놀았다. 말 그대로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로 숲을 이루게 하고는 놀고먹고 마시며 안 할 짓도, 못 할 짓도 없는 거칠 것없이 살았다. 멀지 않은 날 은나라 탕왕에게 패하여 사지가 짓이겨져 죽는다. 제나라 환공은 춘추오패중에 처음으로 천하를 거머쥔 패자다. 영원할 거 같았던 그도 권력에 취해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다가 말년엔 권좌에서 쫒겨나 굶어 죽었으며 그의 몸뚱이는 썩어서 구더기가 궁궐 문밖을 넘었다고 역사는 기록한다.
그에게는 유명한 일화 한 토막이 전한다. 군역곽씨가 그것이다. 풀어쓰면 군주인 그대도 또한 그렇다는 말이다. 전한시대 말기의 학자 유향이 쓴 신서 잡사편에 따르면 환공이 조금은 먼 곳의 들로 사냥을 나갔다가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집을 마주하게 된다. 궁궐보다 더 잘 지어진 집임에 관리가 안 되어 폐허가 됐으니 이를 아깝게 여겨 지나는 촌로에게 연유를 물으니 촌로는 말한다. 이 집 주인은 곽씨인데 평소에 선을 좋아했고, 악을 무척이나 미워했습니다. 그래서 이 집이 망한 겁니다. 그러고는 촌로는 빠른 걸음으로 들을 지나 제 길로 가 버렸다. 환공은 촌로의 말이 궁금했다. 선을 좋아했고 악을 미워했는데 집안이 망했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궁궐로 돌아오자마자 재상 관중에게 물었다. 그러자 관중은 대답한다. 곽씨가 망한 것은 선을 좋아했지만 정작 본인은 선을 행하지 않았으며 악을 미워했지만 정작 본인은 악을 행했기 때문에 망한 것입니다. 군주께서도 곽씨와 같이 한다면 또한 곽씨와 같이 될 겁니다. 그런데 환공은 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 결과는 전술한 바와 같다.
고래로 현명한 신하의 말을 듣지 않는 군주는 그 끝이 반드시 비참하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모든 군주가 신하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다. 초나라 장왕은 무지막지한 왕이다. 왕위에 오른지 3년이 되도록 그야말로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술과 여색에 빠져 정사는 관심도 없었다. 입구에는 창과 칼을 두어 바른말로 간하는 신하가 있거든 반드시 저 칼과 창으로 그 책임을 물으리라. 왕이 그러면 신하도 그러는 법이라 했던가, 주변에는 그런 왕에 꼭 맞는 그런 신하들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간신들의 전성시대다.
어느 날이다. 신하 중에 바른말 하기로 이골난 오거가 왕께 말한다. 이에 왕은 바른말로 간 하려거든 혀를 뽑아버리겠다며 으름장을 놓으니 오거는 바른말로 간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혼자 알기에 아까워서 그러노라며 말한다. 큰 새가 있는 데 3년이 지나도록 울지도 날지도 않습니다. 대관절 이새는 어떤 새입니까. 장 왕이 말한다. 이 새는 한번 날면 하늘에 닿을 것이며 한 번 울면 천하를 울리리라. 그러자 오거는 말한다. 날지도 울지도 않는 동안에 만약에 사냥꾼이 와서 활과 창으로 쏘고 찌르고 칼로 벤다면 어찌 하늘을 날며 천하를 울리겠습니까. 이에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장 왕은 술로 가득한 연회를 물리치고 정사 돌아보기를 심여를 기울였다 전한다.
어떤 필부가 만인지상의 권좌에 오른지 3년이 됐음에도 그가 한 일이라고는 술 먹고 격노가 전부란다. 이런 권력자를 향한 순자의 가르침은 단호하다. 물로 왕이 탄 배를 엎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