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호기심은 가장 강력한 당파성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그러나 꽃은 저절로 피지 않는다. 햇살과 물, 흙과 손길이 모여야만 제 빛깔을 드러낸다. 선거 역시 그렇다. 민주주의의 본령은 국민의 참여에 있고, 참여는 질문과 검증을 통해 완성된다.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남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장은 권력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새겼다. 참여가 멈추면 권력은 비어 있는 의자처럼 아무나 차지할 수 있고, 검증이 멎으면 민주주의는 간판만 남는다. 겉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텅 빈 제도, 그것이 검증을 잃은 민주주의다. 대한민국 정치의 시간표는 4년 주기의 장(場)과 닮았다. 도시의 시장(市場)은 건물주가 주인이고, 농촌의 장시(場市)는 보부상들의 독무대였다. 앉은 장사는 신용으로 먹고살고, 떠돌이 장사는 말솜씨로 하루를 넘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장돌뱅이들이 5일마다 같은 장터를 찾듯, 장사에는 반드시 ‘다음’이 있다. 그래서 엉터리 물건을 함부로 팔 수 없다. 정치도 그러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고,
용인신문 | 1953년 프랑스의 소설가 장 지오노는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50년 동안 양치기 노인이 프로방스의 알프스에서 꾸준히 나무를 심어 황량한 계곡을 풍요로운 녹색숲으로 변모시켰다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무를 심은 사람」은 1987년 캐나다의 영화감독이자 환경운동가인 프레데릭 백에 의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던 것을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림녹화 정책을 펴서 전국의 민둥산을 녹색숲으로 변하게 했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 전국에서 녹색숲을 밀어내고,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여 수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용인시도 예외가 아니다. 아파트단지와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수지구와 기흥구의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그나마 상당한 면적의 녹색숲을 보존하고 있던 처인구도 아파트단지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처인구 원삼면과 이동·남사읍에 들어서고 있는 반도체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가 얼마나 더 많은 녹색숲을 사라지게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용인시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동주택단지, 전원주
용인신문 | 용인시는 이동·남사읍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을 장착하며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도’라는 원대한 비전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우리는 이 거대한 그림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 조각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할 때다. 그것은 바로 도시의 미래 가치를 담보할 핵심 인프라, ‘데이터 생태계’의 구축이다. 반도체가 AI 시대의 ‘두뇌’라면, 데이터센터는 그 두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과 같다. 최첨단 도시의 비전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 디지털 심장이 원활히 박동해야 한다. 물론, 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과거 기흥 지역에서 글로벌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되었던 경험이나, 최근 죽전에서 벌어진 갈등 조정 과정은 우리에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일깨워준 값진 교훈이다. 이는 도시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겪는 자연스러운 성장통일 수 있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전자파나 생활 환경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며, 모든 도시 계획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제 기술이 시민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할 만큼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고
용인신문 | 얼마전 전직 용인시 시장 이모씨와 전직 용인시 국회의원 우모씨가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신문과 방송의 한 귀퉁이를 장식했다. 용인시의 지도층 인사들이 공동주택단지에서 삶을 영위해 가고 있는 시민들을 소음 공해로부터 보호하려고 건설하는 영동고속도로 방음벽 설치 공사에 편의를 봐준다는 대가로 금품을 챙겼다는 소식은 용인시 시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듣기 싫은 소리를 뜻하는 소음(noise)은 이기채‧최윤근 공저 『공해사전』에 대다수의 사람이 명백히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음(音)으로 ⓵ 매우 큰 음, ② 불유쾌한 음, ③ 음악 감상이나 음성의 청취를 방해하는 음, ④ 작업‧수면‧ 공부 등을 방해하는 음 등을 예시로 들고 있다. 사람이 소음에 노출하게 되면 청력이 둔화될 수 있고, 잠을 잘 수 없어 인체에 심리적·생리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소음이 한계선을 넘게 되면 고막에 이상을 일으켜 귀머거리가 될 수도 있고, 재산상의 손해가 유발될 수도 있다. 공동주택단지의 소음 가운데 층간소음, 자동차소음, 비행기소음 등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송풍기(Blower) 소음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모터의 회전 운동을 통해 팬을 돌려 공기를 이동시키고 압력을 발생시키
용인신문 | 프랑스 파리에 가보면 부도심 곳곳에 조성된 넓은 광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도시 구조는 예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중반 이전의 파리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당시 권력자였던 나폴레옹 3세는 이 낡은 도시를 개선한다며 오스망 남작에게 대대적인 도시 개조를 지시했다. 그는 도시 미관의 정비와 위생 개선이라는 공익적 명분을 내세웠고, 시민들도 처음에는 이를 반겼다. 하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파리는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 때마다 시민들이 좁은 골목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군의 진입을 막아내며 저항의 상징이 된 도시였다. 권력자는 이게 위협이었다. 그래서 오스망으로 하여금 직선 대로와 광활한 광장을 조성하게 했다. 이 경우 군대의 신속한 진입과 배치가 가능하고, 시위대를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 결국 숨은 본질은 권력 유지와 저항 무력화였던 셈이다. 결국 도시의 구조조차도 정치의 산물이며, 권력의 의지에 따라 형성된 결과물임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이 사례는 지금의 용인을 돌아보게 만든다. 용인특례시는 도농복합도시라는 특수성을 안고 있다. 행정적으로는 하나의 도시지만, 실제 시민의 체감은 그렇
용인신문 | 지난 8월 15일, 필자가 평소 자주 참고하던 유튜브 채널 ‘러시아학당’이 폐쇄되었다. 이 채널은 모스크바에서 8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25년간 거주한 교민이 4년간 운영해 온 곳이다. 운영자는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1’ 뉴스에 자막을 달아 중계하고, 지도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현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왔다. 이와 함께 오랜 해외 생활에서 겪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생생한 모습, ‘실전 러시아어’ 같은 유용한 코너도 선보였다. 1000개가 넘는 영상이 하루아침에 계정 폐쇄와 함께 삭제된 것이다. 유튜브 측이 밝힌 폐쇄 이유는 ‘영상의 편파성과 사기성’이었다고 한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구독자는 3만여 명에 달했다. 아마도 인공지능(AI)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소식을 문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텔레그램으로 전황을 매일 두 차례 전하는 독립언론 ‘밀리터리 서머리(Military Summary)’ 등과 비교하며 전쟁 상황을 주시해왔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학당’이 자막과 함께 제공하는 러시아 국영방송 뉴스는 매우 유용한 정보원이었다. 결국 ‘러시아학당’이 폐쇄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다른 쪽 시각을 사실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