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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인정하면 ‘통합과 타협’ 할 필요가 없다

오룡(조광조 역사연구원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 2024년 겨울과 2025년 봄. 수많은 사람이 광장에 모였다. 난도질당한 민주주의는 간신히 붙들었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는 깊고 아픈 여운은 몸서리치게 움찔거린다.

 

광장은 잠시 공허하다. 잠시일 뿐이다. 다시 시끌벅적 모여야 하는 게 광장이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까. “저 사람들은 죽어도 안 변해” “아냐, 사람은 누구나 변하지!” 이런 대화도 할 것이다.

 

사람은 변하기도 하고, 안 변하기도 한다. 변화의 방향에 차이가 있을 뿐, 바람직한 방향과 그렇지 않은 방향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대체로는 ‘인간은 안 변한다’는 확신이 더 많이 생겼을 2024년 겨울과 2025년 봄에, 우리는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았다.‘아직 끝나지 않았습니까/꼭 끝난 줄 알았네/이 노래 언제 끝납니까/안 끝납니까/끝이 없는 노랩니까/그렇다면 신청하지 않았을 거야/제가 신청한 게 아니라구요/그랬던가요 그 사람이 누굽니까/이해할 수 없군/ (중략) /전 이제 지긋지긋합니다/다른 노래를 듣고 싶다구요/ (중략) /제발, 이 노래 좀 그치게 해. 이 씨’라고 쓴 이희중의 <참 오래 쓴 가위>에 포함된 은유와 메타포는 독자에 따라 해석을 자유롭게 하면 된다.

 

어떻게 읽어도 해석이 된다. 시는 읽는 사람의 것이므로, 나는 “전 이제 지긋지긋합니다.”에 ‘진저리’를 쳤다. 진저리는 감동으로 인한 쾌감과 충격, 전율이라는 뜻도 있는데, 이번의 진저리는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이 준 고통 때문이다. 지긋지긋은 막다른 곳, 세상의 끝이다. 그런데도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지긋지긋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 진저리를 치게 만든 사람과 지긋지긋한 사람들로 인해 지긋지긋한 세상이 오는 것을 막아냈기에 다른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만물 중에 같은 것은 없다. 수많은 차이의 코스모스가 만들어 낸 것이 우주지만, 우리가 차이라고 아는 것은 모두 인간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현실자본주의 사회의 성장은 차이를 인정한 상태에서 얻은 결과이다. 차이는 분업을 통해 차별성이란 상품을 발명해서 전 지구를 집어 삼켰다. 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식한 최고의 결과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절대적 가치로 자리잡았다.그렇다면, 인간이 만들어 낸 차이를 두고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은 모순이 아닌가. 차이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융합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다. 차별의 모호성을 감추고, 융합을 위해 소통과 대화를 지향한다. 소통은 아름다운 말이지만, 소통은 쉽지 않다는 것을 단어에 포함했다. 소통(疏通)의 소(疏)는 드물다는 것과 멀다,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차이를 인정한다면, 해소하기 위해 ‘통합과 타협’할 필요가 없다. 말로만 그럴듯한 ‘통합과 타협’이 아닌, 차이의 발생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합을 위한 억지 소통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화가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 통합을 위한 첫걸음이어야 한다. 느리지만 천천히, 우리는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가보자. 다른 방식의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이 계몽이라면, 이게 정상(正常)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통합을 원한다면, 필요성과 쓰임의 가치에 관해 질문하고 토론하길 바란다. 존중과 배려도, 열린 마음은 더더욱 힘들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동의가 어렵다면, 자본주의 가치에 우선하는 기준, 필요성과 쓰임의 차이로 이해하면 어떨까.⁕사족, 극단적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위한 사유의 대전환이 필요하기에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