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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사랑해 산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노강열(45)씨.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에 짤막한 대답으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자신의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곧게 말린 들풀과 닮았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자연예술가로 통하는 노강열씨는 산과 들에서 자라는 들풀을 자연상태에서 건조시킨 후 석회를 바른 판에 건조된 풀을 하나씩 옮겨 심으면서 자신이 동화되고 싶은 산이나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다.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들풀이 6월부터 피기 때문에 이때가 가장 바쁘다는 노 작가는 두달여에 걸쳐 꽃을 채취해 꽃과 잎은 떼어낸 후 들풀 줄기와 씨방을 7일에서 10일에 걸쳐 말려 놓는다.
보통 120x40~50cm의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2500개에서 3000개의 건조된 줄기가 필요하다고 하니 일년에 크고 작은 작품 30여개 이상을 만들어 내는 그로서는 들풀을 찾아 말리는 일만해도 보통일이 아닌 듯 하다.
자신의 본업을 따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가 시간을 이용해 작품활동을 하는 노 작가는 가늘게 마른 들풀을 핀셋과 돋보기를 이용해 작업하기 때문에 보통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100시간 이상, 몇달이 걸리기도 한다.
워낙 섬세한 작업인데다 집중력과 끈기를 요하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혼자 보낸다는 노 작가에게 가족들의 불만은 없느냐고 물으니 “다행히 가족들의 불만은 없는 편”이라고 말한다.
굳이 작품의 주제를 산으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 그는 “개인적 이유로 사회생활을 접은 채 산에서 12년간 생활했다”며 “산에서 내려온 후에도 항상 산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고 말한다.
“산에서 피어나는 이름 없는 들풀을 통해 산을 형상화 함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 산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노 작가는 “사물을 보는 이들은 각자 느낌이 다르겠지만 나의 작품을 보면서는 모두들 안정을 찾고 마음의 쉼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한정된 색과 재료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표현하고자 하는 산의 모습을 다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개인전을 가져볼까 하는 마음으로 작품 창작에 심혈을 기울였었다는 노 작가는 “아직까지 내 스스로 만족할 만한 n품을 만들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작품을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게 되거나 주게 돼 도통 모아지지가 않는다”고 너털 웃음을 짓는다.
“들풀을 자연상태에서 건조시킨 것이라 시간이 지나면 산화하거나 분해될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작품의 수명이 얼마나 될지는 알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자연의 순리와 닮지 않았느냐”며 말을 맺는다.
산에서 자신의 밑바탕과 인간의 본성을 느낀다는 노강열 작가. 그는 지금도 자신이 담고자 하는 산을 그려내기 위해 산세를 누비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