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 (금)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코끼리를 생각하면 코끼리를 이길 수 없다

어느 인지과학자가 코끼리를 알기 위해 ‘코끼리 한 마리 생각하지 말라’를 읽고 있다. 그는 넥타이도 매지 않고 캐쥬얼하게 연구소에 나오는 진보주의 동료에게 권한다.

“여보게, 자네 이 책 좀 보고 기본 상식의 우수성을 한 번 배워보지 않겠나?”
“그건 무슨 내용인데?”
“토론할 때 인간의 기본 가치와 기본 프레임을 잘 정해야 승리한다는 기본 생각을 표현한 책이야. 읽어 보면 대중활동에 필요한 교과서적인 내용이 조금 들어있어. 아주 간단한 개념을 초보 학습서처럼 쉽게 쓴 대중서적이야. 별 가치는 없지만, 그래도 한번 한국 정치에 대해 시사점을 주네, 읽어보게나?”
“어디 읽을 시간이 있겟어? 한 번 기억나는 거 얘기 해봐.”

“기본적으로 미국 정치에서 보수당이 진보당을 이길 수 있는 조건은 우익적인 두뇌집단들이 전통적 가치와 덕목을 정치논쟁의 화두로 삼고, 그 가치를 대중에게 어필해서 승리를 주도해왔다는 얘기야. 진보정치인들은 상대방이 먼저 전통적 가치를 주장하니까, 자연히 그에 반대되는 정치 색깔을 띠게 되고, 그러면 대중들이 진보 성향에 반기를 드는 성향을 갖게 된다는 얘기지.
“그래, 우리나라도 그렇지. 사회주의자도 아닌 대통커“?마치 사회적 성향이 있는 것처럼 색깔론을 펼치면 항상 승리하잖아?”

“당연하지. 보수당에서 마치 자신들이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처럼 주장하면, 진보당은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공격해야 하잖아? 그 때 전통가치를 방어하는 쪽에서 우리는 진실하다, 올바르다고 주장하고, 공격하는 쪽에서 거짓말이다, 틀린 말이다고 주장하여도, 대중들은 자신들에게 편리한 전통가치, 긍정적 가치를 더 선호하는 인지과학적 성향이 있다고 하네. 그러니 진보당의 공격이 맞는 말이라도 호응을 받지 못한다고 하네. 보수당은 그걸 이용해서 기득권이나 지배력을 장악하게 되고. 대중들은 원래 우매한 존재라서, 전통적 가치를 반복 설득하면, 그리로 기울어지게 마련이라나. 사는 게 다 그렇겠지만.”

“그렇겠지. 심리학적으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고 코끼리 잡는 법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너무 어려운 주문이 아니겠어? 두나라당에 승리하는 법(이 말을 프레임이라고 하더군)을 생각하면서, 과거 인물과 색깔을 생각 안 할 수 있겠어?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대중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대중들은 현재 두나라당이 주장하는 창조적, 긍정적 가치에 휩쓸려서 과거의 나쁜 이미지를 곧 잊게 되는 거야. 그러니 너희당에서 매번 실패하게 되는 거야.”

“그럴까? 그 쪽에서는 돈이 많으니까 두뇌집단을 많이 이용해서 홍보나 두뇌게임, 이미지조작을 많이 하지만, 우리 쪽에서는 돈이 없어서 그런 걸 못하잖아, 그 쪽에서 나온 말이나 가치를 그냥 따라가거나 모방 또는 반발하는 데에 그치는 것 같애. 그러니 국민들이 우리에게 반발적인 감정을 갖게 되고. 악습이 고쳐지지 않는 악순환이지.”
“그러니, 자네도 스스로 긍정적이고 도덕적인 가치나 프레임을 직접 창출해봐. 그 가치로 먼저 선수를 치고 나가면, 대중적 지식인이나 사회적 성향을 가진 대중들은 따라올 것 아니겠어? 지성이나 생각은 경제적 풍요와는 상관없는 자기 계발이며 미덕이잖아.”

“그래, 정치세계에서는 프레임 설정에 누가 먼저 기선을 잡느냐가 가장 중요해. 이것이 세상을 읽는 다는 지혜 아니겠어? 먼저 사회가치를 창조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면, 대중들이 그러한 긍정적 가치에 수긍할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우리는 그런 긍정적 전통가치를 먼저 세우지 못해서 맨 날 욕만 먹고 끌려가잖아.”

“사실, 공격하는 사람이 어느 면에서는 더 진실한 점이 많은데도 말야. 다만 공격한다는 입장, 정신 구조 프레임 때문에 거칠고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란 인상을 주게 되고, 그런 인상 때문에 좋은 내용보다는 나쁜 이미지에 추락되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기존 코끼리 같은 덩치하고 싸울 때는 보다 커다란 맘모스적인 가치를 들고 공격해야 승리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