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이른바 영끌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을 잡기 위한 대출 규제 등에 따른 불안심리로 무리하게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했지만, 최근 국제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 것.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 상승과 윤석열 정부의 이렇다 할 부동산 가격안정 대책도 나오지 않자 아파트 매물이 급증,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같은 고금리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영끌족 및 자영업자 등을 위한 부동산 안정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0년 기흥구 지역에 아파트를 구입한 A씨(41)는 최근 현재 살고있는 집을 팔고,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아파트 구입 당시 6억여 원을 대출받았는데 최근 이자 부담이 늘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처인구 지역 내 아파트를 구입하려 했으나 매매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월 이자 부담액이 점점 늘어나고,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시세보다 싼 값에 내놓았는데도 매매가 되고 있지 않다”며 “부동산에 물어보니 단지 내의 매물도 점차 늘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종전 1.50%에서 1.75%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오는 7월 0.5%포인트를 한꺼번에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전망이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는 지난해 8월 첫 인상 이후 여섯 번째 인상으로, 연내 기준금리가 추가로 1%포인트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8%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최고 7%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추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시중에 나오는 아파트 매물도 증가하며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KB부동산 주간 주택시장동향’ 통계에 따르면 6월 셋째주(20일 기준) 전국 아파트는 2주 연속 0.01% 하락했고, 경기도 역시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용인·수원 등 ‘빚투’ 수요가 몰렸던 지역에선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택 매수 문의가 끊기며 큰 폭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실제 용인시 3개 구별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처인구는 지난 1월 4억 199만 원에서 지난 5월 4억 470만 원으로 약간의 오름세를 보인 반면, △기흥구는 6억 8675만 원(지난 1월)에서 6억 8532만 원(지난 5월), △수지구는 9억 2004만 원(지난 1월)에서 9억 1442만 원(지난 5월)으로 소폭 떨어졌다.
용인시 전체 매매 평균가는 지난 1월 7억 4600만 원에서 7억 4282만 원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고금리 현상이 지속될 경우, 영끌족과 서민 부담이 가중돼 자칫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민생물가안정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 대출이자 부담이 6조 7000억 원 이상 늘어난다”며 “급격한 이자 부담은 영끌족, 자영업자들을 비롯해 줄도산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계는 금리 인상이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학계 전문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최후의 카드”라며 “서민 안정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으로 이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거나 대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 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영끌족과 자영업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처인구 한 부동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