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마중
김중일
어린아이가
무지개 우산을 쓰고 맞은편에서 동동 떠내려오듯 오고 있다
네가 비켜서는 방향으로
여러 번
가만히
멈춰선 아이의 우산은 비의 무릎 같다.
네 앞에 쪼그려 앉아 마치 너를 어린이처럼 내려다보는
키가 큰 비의 한쪽 무릎 같다.
너를 마중 온 비.
한쪽 무릎을 꿇고
우산도 안 쓴 너의 이마를 매만지는 비의 젖은 손가락.
너는 아이의 무지개 우산 위
공중에 목례를 하고 서둘러 마중 간다.
급히 챙긴 하나 남은 우산을 쓰고 갈 생각을 미처 못하고.
죽은 아이 마중 간다.
그동안 잃어버린 우산들을, 그렇게 모두 다 주고 돌아왔다.
김중일은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비의 마중」은 세상을 떠난 아이에 대한 헌시다. 아이가 살아 있었을 때 화자는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아이를 마주나가고는 했었을 것이다. 마중 나가 죽은 아이에게 그동안 잃어버린 우산들을 모두 다 주고 돌아오는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만약 우리의 시속에 아침이 오지 않는다면』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