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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AI로 키우겠다는 발상인가?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정부는 시장원리에 따른 교육개혁(안)을 내세워 입시제도의 개편을 모색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고교학점제는 교육부의 명문고 육성정책과 맞물려 있다. 정부 수립 이후 대학입시를 골간으로 하는 교육제도는 누더기가 될 만큼 개악(改惡)을 거듭해왔다.

 

역대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교육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미국과 일본은 경쟁 원리에 따라 대학과 고등학교의 서열을 인정하는 방향의 입시제도를 채택했다.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인 유신시절에 고교평준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입시제도도 그에 맞게 개편되었는데 어느 것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뜯어고치기를 거듭해왔다.

 

미국은 사교육을 육성하기 위해 공교육을 철저하게 희생시킨 나라다. 공교육의 골간인 중등교육제도를 보면 공립학교가 사립학교에 맥을 추지 못하고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시장원리에 따라 교육을 산업(産業)으로 분류하는 나라다. 영국은 수 세기 전부터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여 대학을 대폭 늘리기보다 명문 학교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미국은 대학의 수를 크게 늘리면서도 엘리트 교육에 중점을 둔 사립학교의 지원과 육성에 주력했다. 한국은 미국에 일본을 더하여 교육제도를 수립하고 시행하였다.

 

교육부가 지향하는 대로 시장의 원리에 충실한 교육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교육을 산업의 시각에서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인문학부가 과도하게 위축되어 폐지되는 학과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교육을 취업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전통적인 학문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우리 교육당국자들이 모방하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의 경우도 이공계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명문 인문학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아울러 인문학부에서 로스쿨과 메디컬스쿨에 진학하는 비율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미국, 영국, 일본과 달리 프랑스와 독일은 철저하게 공교육 위주의 입시와 교육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는 엘리트 교육의 간판이었던 고등사범학교와 정치대학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공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소수의 사립학교는 있지만 문화예술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다. 독일은 대학교육의 공교육화와 대학의 서열을 진작에 폐지했다. 대학의 입시자격도 연방정부에서 시행하는 고등학교 졸업시험만 합격하면 언제 어느 때나 대학입시에 응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응시자의 90% 정도가 합격하는 졸업시험으로 학생들은 입시지옥을 아예 모르고 산다. 한번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평생 유효하여 취업을 했다가 중년이 되어서야 대학에 가는 경우도 많다. 독일은 고등학교 졸업자의 25% 정도만 졸업년도에 대학에 진학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왕 교육제도의 개혁을 생각했으면 아예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공교육 중심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력이 대단하게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학생의 선발은 대학 당국에 맡기고 정부는 국공립대학부터 서열을 철폐하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명문사립대의 경우 1년 등록금이 우리 돈으로 1억 원에 육박하거나 넘는 대학도 있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등록금이 없다. 독일의 경우 몇 년 전에는 유학생도 등록금을 받지 않고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던 것을 현재는 EU 회원국에 한하는 것으로 개정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EU 비회원국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 돈으로 매년 20~3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지불하면 충분하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상상력의 빈곤이다. 대학입시의 볼모가 되어 중고등학교 시절에 고전문학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소설 한 권 읽지도 못하는 형편이니 무슨 상상력이 생기겠는가? 교육부는 2025학년도부터는 AI 교육을 의무화한다고 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학생들은 상상력도 AI에 의존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인공지능 로봇으로 키우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마땅히 백지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고교학점제도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아이들을 기계로 키우지 않겠다면 말이다.